그는 오이 향이었다.
“오이 향의 푸른 바다거북을 만났어.”
“내가 식탁 위에 택배 상자 놓지 말라고 했지.”
“그거 좀 그럴 수도 있지. 나 요즘 허리 아파서 그랬어.”
“택배 상자가 얼마나 더러운데 식탁 위에서 풀어? 차라리 소파에 앉아서 테이블 위에서 하면 되잖아.”
“닦으면 되잖아, 내가.”
“이거 안 쓸 거야? 정리 좀 해주면 안 될까?”
“그거 이따가 다시 쓸 거였어.”
“저번에도 그 얘기했잖아. 그런데 결국 그 자리였고.”
“아니, 이번엔 진짜 쓸 거였다니까?”
“그니까. 그때도 그 말했는데.”
“치울게. 치우면 되잖아!”
“후우, 치워줘서 고마워.”
“어.”
“왜 이제 와?”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철이 형님 차가 고장 나서.”
“그럼 오늘도 말해야지.”
“아니, 저번에 철이 형님이랑 근무하는 날이면 40분 정도 늦는다고 했잖아.”
“40분? 1시간 늦었는데? 그래서 20분은 뭐 해서 연락이 안 되는데?”
“주차 자리가 없어서 좀 왔다 갔다 했어. 그만하자.”
“20분간? 지금 철이 씨한테 전화해도 돼?”
“왜 그래! 좀! 지금 새벽 5시야! 나 좀 믿어주면 안 되는 거야?”
“연락 잘하기로 했었잖아! 걱정되는 걸 어떻게 해!”
“그게 걱정이니? 알겠어. 미안해. 앞으로 연락 잘할게. 철이 형님한테 전화해 봐. 하…”
“오늘 나가자.”
“나 이 책만 다 보고 가자.”
“몇 분 걸리는데?”
“두세 시간 정도.”
“싫어. 나가자.”
“나 이번 달에 책 한 권을 못 읽었어. 이것만 볼게.”
“안 돼. 나랑 나가자.”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냥 혼자 다녀오면 되잖아. 사람을 왜 이렇게 못살게 굴어? 원래 이런 사람이야?”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젊고 예쁜 나는 딱 오늘까지만 있잖아.”
“후…. 그래. 알겠어.”
그놈의 푸른 바다거북….
아, 내 오이 향의 푸른 바다거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