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자! 고양이 속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내가 고알못이던 시절엔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우리 '냥이'를
만난 후부터 새삼 쏙쏙 포착된다. 눈이 트였다고 해야 하나. '고'라는 글자만 봐도 저절로 고양이로 읽히는
난독증이 생겼고, 저녁때 길에서 둥그런 실루엣만
봐도 길고양이인가 한번 더 보게 됐다.
이렇게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버린 내가 알게 된
지식 중 하나가 고양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다’ 처럼 흔하게 알고 있는
속담 외에도 재미있는 표현이 많았다.
빌려 온 고양이같이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드는 데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덤덤히 있는 경우를 이르는 말.
사위 섬기기는 고양이 섬기기와 같다
사위는 아무리 위하고 잘해 주어도 보람이 없고,
얄미운 짓을 많이 한다.
감주 먹은 고양이 상
제가 저지른 일이 탄로날까 두려워 근심이 가득한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고양이가 쥐를 마다한다
원래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거절할 때 비꼬는 말.
쉰밥 고양이 주기 아깝다
자기에게 소용이 없으면서도 남에게는 주기 싫은 인색한 마음을 이르는 말.
도둑 고양이가 살찌랴
늘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은 재물을 모으지 못함을
이르는 말.
고양이가 알 낳을 노릇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 터무니없는 거짓말 같은 일.
고양이 달걀 굴리듯
무슨 일을 재치있게 잘하거나 공같은 것을 재간있게 놀림을 이르는 말.
검은 고양이 눈 감은 듯
검은 고양이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얼른 보아
알아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분간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
식혜 먹은 고양이 속
죄를 짓고 거짓이 탄로날까 봐 근심하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영리한 고양이가 밤눈 어둡다
약빨라 실수가 없을듯한 사람도 부족한 점은 있다는 말.
들어보면 단번에 고양이의 모습과 습성이 떠올라
속담의 뜻이 쉽게 이해된다. 옛날 우리 조상들 곁에도
고양이는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표현들도
자연스레 생겨난 거겠지. 다만 고양이에 대한 그
시절의 인식도 드러나는데. 사위와 고양이가 정성을
다해도 고마움을 모르는 ssa가지 없는 존재로 보거나,
고양이를 ‘도둑 고양이’라 부르는 것 등에서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엿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개념이 없던 시절에도 고양이의
사랑스러움과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분명 있었을거다.
다음엔 이런 시대를 앞서간 냥이 집사님들을 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