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다들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 휴가 아침엔 거의 항상 어떤 딜레마를 느낀다. 돈 쓰고 시간 써서 오랜만에 멀리 여행을 왔으니까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고 부지런히 일찍 일어나서 하나라도 더 구경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래도 주말이고 휴가인데 내가 왜 일할 때처럼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 하나, 좀 더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눈은 7시 좀 지나서 떠졌지만 (어째서!)내적 갈등을 하며 침대에서 뒹굴거려 본다. 그러다 배가 고파져서 8시 반에는 나갈 준비를 했다.
아침밥 식당 찾아 삼만리
이른 아침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파는 식당은 어디일까찾아 나섰다.여행까지 와서 빵이라든가 시리얼이라든가 하는, 영국 집에서도 매일 먹는 것으로 배를 채우고 싶지는 않다.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하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문 연 식당은 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박물관을 발견했다. 박물관도 아직 열지 않았다.
몇몇 건물들은 아주 칼라풀하다.
가로수는 오렌지 혹은 귤나무인 것 같다.
어떤 골목들은 아주 낙후한 건물들에 낙서들도 있다. 지저분하고 더럽다기보다는 운치가 있다.
한참 걷다 보니 식당은 못 찾은 채로 어느덧 바닷가 가까이에 도착했다. 보트가 많다.
역시 해안가 도시라 해안가에 오니 드디어 열린 식당이 있다. 들어갔더니 직원이 좋은 창가 자리에 앉혀줬다. 메뉴를 보기 전에 아메리카노부터 시켜서 마셨다. 아침엔 역시 카페인이 들어가야 한다.
해산물 음식이 아침 식사로 뭐가 되나 물어봤더니 빠에야를 추천해 줬다. 메뉴에는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고 되어 있는데 1인분도 해줬다.빠에야는 보기에도 훌륭했고, 맛도 내가 지금까지 먹어봤던 빠에야들 중에 top3에 들어갈 것 같다. 모든 해산물과 야채에서 신선함이 느껴지고, 간이 아주 적당하고, 밥의 익은 정도와 식감이 아주 훌륭하다. 스페인 사람들보다 여기 사람들이 빠에야 요리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어제저녁 생선 구이에 이어 아침 빠에야까지 계속 포르투갈 음식에 감동하고 있는 중이다.
밥 먹고 식당 밖에 나가니 바로 I love Faro 광장이다.
광장 가까이 공원에는 벼룩시장 같은 것이 열렸다.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 (아뿔싸). 비닐 봉투 같은 걸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것은 너무 거추장스러우므로 구경만 하고 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