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tflix 지옥에 대한 단상 ② ]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 2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햇살반 선생, 오지원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평범한 교사는
어느 날 TV에서 지옥 시연을 목도한 후
새진리회에 몰입하게 된다.
얼마나 심취했으면
화살촉 집단의 선동가 위치까지 올라갔을까.
기괴한 분장에 한복을 차려입은 그녀는
화살촉 무리 앞에 마이크를 들고 선다.
그녀 앞엔 몇 분 후 지옥 시연을 당하는
죄인이 결박 당해 있다.
시연 전에 공개 심판을 하려는가 했더니
시연 동참을 무리들에게 촉구한다.
시연에 동참하면 생전에 속죄할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단다.
결박당한 죄인의 고지 시간이 되자,
천지를 진동시키며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들.
어김없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사방으로 피가 낭자한 뒤에야
지옥 괴물들은 죄인을 향해 지옥불을 당긴다.
바로 그때, 지옥불을 향한 햇살반 선생의 외침.
덮쳐!!!!!
지옥불 위로 수많은 무리가 쏟아진다.
함께 시연을 당하겠다고,
그래서 죄를 용서받고 구원을 받겠다고.
마지막으로 햇살반 선생도 지옥불을 덮친다.
그때, 그녀의 남편이 구사일생으로 그녀를 구해낸다.
목숨은 건졌지만 한쪽 팔을 잃어버린 그녀.
그런데 불타버린 팔을 보고 미소 짓는다.
아픈 기색도 전혀 없다.
그녀의 기쁨과 환희가 불에 탄 고통을 압도적으로 이겼다.
내 죄를 용서하셨다!
내가 용서받았다!
불탄 흔적을 신이 용서한 징표라며 환호하는 그녀를 보니 어느 교리가 떠올랐다.
자기 몸을 괴롭게 하는 고행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원리가 어찌 되는 건진 모르겠으나,
자기가 억지로 내는 고통에서
대체 뭘 깨달아야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은 의미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거다.
어떻게든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어서
살아갈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햇살반 선생과 화살촉 무리들이 시연에 동참해야
속죄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난 것도,
어느 의문에 대한 의미 부여 때문에 촉발된 거다.
대체 신생아가 왜 지옥 고지를 받았으며,
또한 고지를 받고도 신생아는 왜 지옥불에서 살아남았나?
신생아가 지옥 고지를 받은 사건이 발생하자
새롭게 출현한 이 현상에 화살촉은 흔들렸고,
곧 이를 커버할 해석이 등장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지옥 고지를 받은 건
부모의 죄 때문이며, 그럼에도 아기가 살아난 건
마지막에 회개한 그 부모가 스스로 지옥불에 뛰어든 행위로 죄 사함을 받게 된 거란다.
기독교의 원죄 같은 개념이 없던 화살촉은
이제 죄를 혈육 탓으로 돌리는 해석에 근거하여
지옥불에 뛰어든 거다.
이 근거 없는 믿음을 내세워
세상을 장악해 가는 화살촉.
이들의 신념은 폭력과 광기로 물들어, 공포 정치로 번져 간다.
원래 이들 대부분은 햇살반 선생, 오지원처럼
평범한 소시민이었을 거다.
그런데 어쩌다 그 신념이 자신을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걸까?
내용이 어찌 됐던,
그 교리가 그 자신에게 구원이 되는 순간
신념이 광기가 되는 건 아닐까?
신념이 광기가 되는 지점이 어디였는지
햇살반 선생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드라마에는 그 동기가 자세하 나와 있지 않아
드라마에서 보인 햇살반 선생의 행동으로 추측할 뿐이다.
순전히 내 맘대로 상상해 보는
햇살반 선생에 관한 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