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만에 왕초보도 작가되는 글쓰기

11강. 수필 첫머리 쓰기 감 잡기

by 정미영

“선생님, 저는 처음만 시작하면 그 뒤는 잘 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혀요.”


감나무에 매달린 잘 익은 감을 딸 때였습니다. 막무가내로 하기보다는 요령을 익힌 다음 장대를 들고 감을 따니 훨씬 쉬었지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재를 찾아 글을 구성한 뒤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펼쳐도,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수필 첫머리를 쓸 때에도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다 보니 글쓰기가 수월했습니다.




< 첫머리 쓰는 방법 >


첫째, 장소로 시작하기

여우비가 그친 오후, 양산 영취산을 오른다. 빗물로 말갛게 세수한 소나무가 푸름을 뽐낸다.


둘째, 시간으로 시작하기

새벽바람을 기척으로 돋을볕이 숲속에 스며드는 시간이다.


지난 주말, 고향집을 찾아갔다. 바람벽을 보니 마른 땅바닥처럼 여기저기 갈라져 틈이 많았다. 고르지 못한 벽을 손으로 훑는데, 이제 곧 텃밭에 씨뿌리기가 코앞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빠지기 전에 매흙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셋째, 주인공으로 시작하기

남편의 모습에 모처럼 활기가 넘친다. 봉사를 가는 주말 아침이면 다른 때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떤다.


넷째, 대화체로 시작하기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가져다 드릴게요.”

다섯째, 움직임(행동)으로 시작하기

해녀의 움직임에 구룡포 바다가 출렁인다. 혼자서 물질하는 헛무레 작업이다. 망사리 가득 푸르스름한 바다를 건져올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테왁을 안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여섯째, 생각이나 느낌으로 시작하기

문화재는 조상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언어다. 통일신라시대 석등 속에는 신라인들의 일만 마디 기원이 담겨 있다.

일곱째, 속담으로 시작하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덟째, 흉내 내는 말로 시작하기


“덜커덩 덜커덩” 바퀴 소리가 리어카 꽁무니를 따라가고 있었다.

아홉째, 본 일로 시작하기


논두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높고 푸르다. 새떼들이 구름 사이로 미끌어지듯 날아가고, 건너편 대숲은 바람 따라 푸른 물결을 일으킨다.

열, 설명으로 시작하기

포항에 있는 다섯 군데의 국가지질공원을 둘러보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먼저,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는 동해면 발산리를 찾았다.

예문) 정미영 산문집 『사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