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묘호렌케교에서 주기도문으로..

다섯 개의 십자가

by 칠오이

일찍이 결혼한 우리 엄마는 집안의 유일한 기독교신자였는데,

그건 군대에서 기독교를 접한 우리 아빠의 전도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엄마랑 가장 가까운 막내이모 역시 엄마의 영향으로 교회에 다녔고,

그 가운데 있는 우리 집에서 가장 특이한 미국 사는 이모 역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결과론 적으로는 할머니 자녀의 6,7,8번이 기독교였는데

그 당시 너무 무서운 할아버지 때문에 엄마와 이모들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숨겼다.

할아버지가 엄한 것과 종교를 숨겨야 하는 연관성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우리 집은 그랬다.

6,7,8이 기독교라는 비밀이 탄로 난 것은,

할머니가 점집에 갔는데, 그 점쟁이가 집에 십자가가 3개 숨겨져있다고 한 한마디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엄격해서 숨겼다고 하지만, 들통이 나고도 엄마랑 이모들은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막내 이모는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늘 우리 집에 같이 살았기 때문에

같이 교회에 다녔고, 이모랑 엄마, 아빠가 교회에서 했던 활동과 봉사의 모습들이

내 유치원 시절 기억의 대부분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엄마는 금식기도를 종종 할 정도로 신앙이 깊었다.


방학 때마다 갔던 할머니 집에서 새벽마다 들었던 할머니의 기도 끝에는

늘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이 있었다.

외계어 같기도 하고, 외국어 같기도 하고, 지어낸 말 같기도 했던 그 반복되는 주문은

꽤 길었는데 할머니는 얼마나 빨리 그것을 읊조리셨는지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주문을 외우다가 큰 숨을 들이쉬면서 다시 쉬지 않고 읊조리기를 반복했다.

후에 알게 된 것은 할머니는 집에 방문해서 전도하는 ' 남묘호렌케교 '를 접하고 열심히 기도하신 거였다.

그리고 할머니는 엄마와 이모들이 교회에 다니면서 ' 헌금 ' 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셨고,

돈통을 돌리면서 돈을 걷는 곳은 교회뿐이라며 싫어하셨다.


반대로 엄마와 이모들은 할머니의 ' 이단 ' 종교를 못마땅해했지만,

할머니는 기도 말미에 덧붙이는 주문 외에는 그 종교에 대해 하는 활동이나 헌금이 없었다.

독불장군 같던 할아버지는 오로지 자신만을 믿었기에, 아무 종교도 없었다.

내가 중학생이 됐을 쯤이었나..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할머니와 통화한 후 엄마와 이모가 울었다.

동네 작은 교회의 노인학교에 다니시다가, 찬송가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하시면서

그때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독불장군인 할아버지가 ..

남묘호렌케교를 아주 오랫동안 믿었던 할머니가 (주문을 외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지만..,)

두 분이 교회에 다니고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는 소식에 엄마랑 이모는 놀라고 기뻐했다.

작은 교회였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너무나 큰 성당이었다.

뒤 늦게 만난 하나님이였지만 두 사람은 은혜를 가득 받은듯 했다.

할머니는 거기서 또 만담꾼 인싸가 되어 딸들 자랑을 어찌나 했는지

엄마랑 이모가 떡과 과일을 해서 교회에 인사를 갔을 때

사람들이 부산에서 온 딸들이고, 손녀들인지 다들 알고 반겨주셨다.


그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는 식전 기도도 같이 하셨고,

아이들처럼 교회의 문화라고 할까, 머 여러 가지 들을 궁금해하며 물으셨고,

나중에는 성경에 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알게 되셨다.

매주 교회에 나가셨고, 수요예배라던지, 새벽기도도 종종 가셨다.

각자 좋아하는 찬송가도 생겼다.

할아버지의 임종 직전에는 좋아하시는 찬송가를

귓가에 작게 틀어놨는데 눈은 감고 계셨지만 눈물을 흘리셨었다.


그렇게 외갓집은 3개였던 십자가가 5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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