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이 끝나고 난 후,

딸에서 엄마, 다시 딸로..

by 칠오이

경상북도 의성의 작은 마을에서 1931년 태어난 이순연.

사랑받는 딸로 자라다가,

박가네 청년에서 시집와서 8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곧이어 손자, 손녀가 태어나 할머니가 되었고,

2025년 2월. 생을 마감하셨다.


기독교식으로 이루어진 입관예배 때

목사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우리 가족에게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 돌아가셨다. 는 것은 천국으로 돌아가신 것이기에 우리가 마냥 슬퍼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 행복한 곳으로 가셨다 생각하고,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분명 천국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특히 막내이모는 참 많이 힘들어했다.

이모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 저렇게 잘하고 최선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후회와 아픔이 남는 것이 죽음이라면,

난 앞으로 엄마와 이모를 보내고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주말이면, 아직까지도 할머니 병원에서 전화가 올까 싶어

휴대폰을 습관적으로 보고 있는 막내이모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모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 이모, 이모는 할머니 생전에 최선을 다해서 딸의 역할을 했어.

지금 후회가 남지만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이모가 다시 돌아가도 그것이 최선이었을 만큼

이모는 최선을 다했으니 너무 슬퍼마.

이제는 이모가 이모의 삶을 온전히 살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면서 남은 삶을 즐기는 것이

천국에서 할머니가 바라시는 모습일 거야.'

이모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우리를 키울 때도 최선을 다해주었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키워내고 힘들었던 삶을 견뎌내셨던 할머니,

딸로서 최선을 다해 엄마를 사랑하고 마지막까지 도리를 다한 이모와 엄마.

각자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마쳤다.

역할이 끝났다.

또 새로운 역할이 생겼다.

이제 내가 딸로서 조카로서 엄마와 이모를 돌볼 역할을 할 때가 곧 오겠지..

우리 가족은 하루를 감사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편이다.

우리의 오늘이, 우리의 하루가.

무탈하고 그저 오늘처럼 매일이 행복하기를.. 내 주변의 모두가 건강하기를.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내가 내 역할을 잘 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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