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키우지 말거라!
나는 어릴 적부터 바다가 있는 동네에 살았는데,
돌틈에서 잡아온 꽃게도 집에 데려와 키우는 아이였다.
계곡에서 잡은 미꾸라지도 아빠가 좋아하던 도자기에 돌을 넣어 한참을 키웠는데,
자연에서 잡아온 꽃게든, 미꾸라지든,
샵에서 분양받은 금붕어니 거북이, 앵무새, 햄스터 온갖 거를 다 키웠지만,
사실 모두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 모든 뒷치닥 거리는 모두 엄마나 이모, 아빠의 몫이었고,
죽은 생명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니 또 마음 약한 아빠는 새로운 동물들을 데려와줬다.
할머니는 내가 어릴 때는 가끔 오셨으니 늘 오실 때마다 바뀌어있는
반려동물들을 보면서 못마땅해하셨다.
아무래도 그 밑으로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셨겠지.. ㅋㅋ
특히나, 마음에 안 들어했던 건 개였다.
할머니가 키운 1번 사촌오빠가 보르조이라는 종의 개를 수십 마리 키우면서
시간이니 비용이니 쓰는 걸 매-우 매우 못마땅해했기 때문에 특히 개에 민감했다.
항상 나한테 ' 다시는 개믹이지 마래이 ' 하셨는데,
내가 어릴 때 키운 예닐곱 마리의 강아지들은 모두 일찍 죽거나 사정상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내가 26살 여름.
어느 공장에 방치되어 있다는 일본개를 데려오게 되었다.
종도 모르고 나이도 몰랐다. 그냥 일본개.
내가 데려오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어린 강아지였다.
그때는 할머니가 근처에 사셨으니, 우리 할머니는 또 개를 데려왔냐고 눈총을 주었고,
그걸 아는 일본개 = 까리는 할머니만 우리 집에 오면 사납게 짖어댔다.
안 그래도 못마땅한 누렁이가 볼 때마다 짖어대니,
할머니는 까리를 엄청 싫어했다.
영리한 까리는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고 더 짖어대고 사납게 굴어대니,
어느 날부터 할머니가 집에 오는 게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저녁을 드시러 오셨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서로 눈총을 주고받기를 몇 차례,
까리가 웬일인지 조용했다.
뽀시락뽀시락.. 할머니가 식탁 밑으로 고기를 주고 계셨다.
' 아이 할머니, 개한테 사람 거 주면 안 돼! '
' 인정없구로 우째 우리만 먹노. 이거는 안매바서(안매워서) 개안타 '
' 아니 그래도 짜워서 안 돼, 우리는 안짜워도 개는 짭단말이야 '
' 아라따. 안주꾸마.'
그렇지만 까리는 할머니 발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앞발로 할머니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할머니는 또 살곰히 까리에게 고기를 줬다.
그거를 시작으로 고구마도 주고,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더니,
어느 날부터 할머니가 집에 오면 까리가 꼬리를 흔들고 소파 위에 올라가서 나란히 앉아있다.
모든 개들이 그러하듯,
한번 마음을 열기 시작한 까리는 할머니만 오면 난리가 났다.
식탁밑에서도 할머니 다리아래를 차지하고 앉았고, 그날은 특식을 먹는 날이 되었다.
딱히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즐거움이기도 했고,
그렇다고 과하게 주시지도 않았기에..
사랑이 최고라던 우리 할머니는, 사랑도 많이 주고 사랑받기도 좋아했다.
' 아이고, 내를 이래 좋아해 줘서 고맙데이-'
' 저기 개라도 인정이 이써가 지 조타카는 사람은 아는갑다. 그래 고맙데이- '
매번 까리를 볼 때면 반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사랑이 최고였던 할머니는
그렇게 까리랑 좋은 친구가 되었다.
까리는 어느덧 11살이 되었고, 할머니는 우리곁에 없다..
사람에게 날서던 까리도, 개를 싫어하던 할머니도 서로를 좋아하게 된것을 보면,
무해한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