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통곡이랄까..
작년이었지 싶다.
가게 손님으로 엄마 연배로 보이시는 부부와 할머니 한분이 식사를 하셨다.
작고 꼬불꼬불 파마머리는 하신 할머니는 식사를 마치신 후,
다 드신 그릇을 차곡차곡 쌓으시고,
주머니에서 꺼내신 어느 카페의 냅킨으로 본인이 흘리신 음식물을 닦으셨다.
그리고는 휴지도 한편에 모아두시고는
잘 먹고 간다고 인사를 하시고는 기분 좋게 나가셨다.
음식 장사 입장에서 맛있게 먹고 간다는 말은 가장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런데, 테이블도 너무나 깨끗하게 하고 가셔서
우리끼리 ' 할머니 정말 매너 좋으시다. 나도 저렇게 나이스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고 이야기 나눴다.
우리 가게는 3월에서 10월 사이 매우 바쁜 편인데,
셀프가 아닌 매장이기에 치우는 것도 당연 우리의 몫이자 업무이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테이블은 식사가 끝난 후 정리를 하러 가면
치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흘려놓은 밥풀이며, 애들이 찢어놓은 휴지 등등 정리할 것이 많다.
극히 일부지만,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가 남아있는 테이블이 간혹 있기 하지만,
그 할머니의 행동은 특히 참 인상 깊었다.
아뿔싸.. 갑자기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막내이모에게 전화를 했다.
' 어~ 퇴근했어? ' 이모 목소리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이 났다.
놀란 이모가 무슨 일이냐며 재차 물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테이블 이야기를 했다.
' 우리 할머니가 맨날 식당 가면 저렇게 치울 때마다 내가 막 짜증 내고, 내버려두라고 화냈는데..
난 막상 다른 할머니가 그렇게 해주는 거 보고 정말 매너 좋고 깔끔하시다고 칭찬을 했어...ㅠㅠ'
그랬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우리 할머니의 행동이었다..
할머니는 외식을 하러 가면 꼭 다 드시고는 접시를 겹쳐놓고 쓰레기도 그릇에 모아서 담곤 하셨다.
난 그럴 때마다. ' 그냥 좀 냅둬. 이렇게 하면 치우는 사람 더 불편해. 자기들 방식이 있어. '
하면서 핀잔을 줬고,
' 그래도 이래 추잡게 하고 가면 욕한다.' 하시며 할머니는 얼추라도 치우셨다.
그리고는 나가실때도 ' 잘먹고 갑니데이.. 마시께 잘 묵고 갑니데이.' 하고 인사하셨다.
그렇게 내가 싫어했던 할머니의 행동..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고 멋있는 어른이라 생각한 모순..
그렇다, 그녀가 옳았다.
짜증 냈던 게 너무나 후회되고 오늘의 내 모습이 이해되지 않아서 눈물이 났다.
가만 듣던 이모가 웃으며 말했다.
' 괜찮아. 할머니는 다 아실 거야. 니가 하고 싶었던 말이 뭔지. 니가 싫었던 게 뭔지.
그래도 니가 지금 반성해서 후회하고 있다는 것도 아실 테니까 너무 울지 마. '
이제는 사과도 할 수 없고, 이 마음을 전할 수도 없지만..
난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할머니처럼 산다.
음식점에서도 내가 먹은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하기,
나에게 남은 할머니의 모습들이, 결국 내가 그녀에게 받은 사랑과 유산.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흔적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