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지름을 도와드립니다. 6편
정육점 아들내미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문방구나 슈퍼를 운영하는 친구가 가장 부러웠다. 나 역시 친구들이 꽤나 부러워했던 정육점 아들이었다. 사골 국물은 질리도록 먹었고 LA갈비와, 콩글리쉬의 결정판 '로스구이'도 즐겨먹었다.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기에 그게 부러워할 만한 건지 잘 몰랐다. 사람은 역시 있을 때는 아쉬운걸 모르나 보다. 그때부터 나는 고기는 구워먹어야 제맛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술안주가 고기라면 굽기 담당은 언제나 내 역할이었다.
캠핑하면 직화구이
지금은 자전거 캠핑이나 백패킹을 주로 다니지만 오토캠핑을 다녔을 때는 항상 그릴에 직화구이를 해먹었다. 직화 구이로 먹던 고기의 종목은 다양했는데 처음에는 삼겹살로 불쇼를 많이 했다. 여러 번 경험을 하다 보니 직화 구이로는 삼겹살이나 등심같이 지방이 많은 고기보다는 지방이 적은 목살이나 부채살, 토시살 같은 부위가 어울렸다. 직화구이가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은 건 인정한다. 캠핑하면 역시 화로대에 불을 피우고 구경하는 '불멍'이 최고 아닌가. 고기를 굽는 당사자의 귀찮음만 빼면 다 좋았다. 숯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배식을 하는 건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직화구이만 계속 먹다 보니 질리기도 했다. 그때 훈제 구이를 접하게 되었다.
직화구이에 준비물은 많지 않다. 그릴과 석쇠판, 숯 그리고 가스 토치와 장갑, 집게가 전부다.
통삼겹과 비어캔치킨의 매력, 훈제 구이
불에 직접 닿지 않고 뚜껑 있는 그릴의 내부 온도를 높여서 굽는 방식을 간접 구이 또는 훈제 구이라고 한다. 훈제 구이는 직화구이와 비교해서 번거로움은 조금 적지만 시간은 훨씬 많이 필요하다. 사실 고기를 손질해서 양념해놓고 그릴과 고기 내부 온도를 체크하는 등 직화구이보다 오히려 더 피곤하기도 했다. 그런데 훈제로 구운 고기를 맛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보통 훈제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통삼겹 구이만 먹어봐도 알 수 있다. 육즙이 빠지지 않고 기름은 쏙 빠져서 처음 먹어보는 경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맥주캔을 이용한 비어캔 치킨도 훌륭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한다. 야채나 해산물, 오리, 족발 등등 직화구이보다 할 수 있는 요리가 훨씬 많다는 장점도 있다.
훈제 구이를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직화구이보다 조금 많은 편이다.
뚜껑 있는 그릴: 웨버사의 그릴을 주로 이용한다. 내가 사용하는 모델은 웨버 고 애니웨어.
그릴 내부 온도계: 그릴의 내부 온도를 측정한다. 그릴에 온도계가 달려있다면 해당 없다.
고기 온도계: 고기에 따라서 익는 온도가 다르므로 꼭 필요하다. 바늘처럼 꽂아서 미리 설정해 놓은 온도가 되면 알람이 울리는 디지털 방식을 추천한다.
훈연재: 고기에 나무의 향을 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기 종류에 따라서 참나무, 히코리 사과나무 등을 사용한다.
각종 양념: 소금과 후추 이외에 고기마다 어울리는 각종 스파이스가 필요하다.
기타 용품: 숯에 불을 쉽게 붙일 수 있는 침니 스타터, 숯을 담을 수 있는 바스켓, 비어캔치킨을 만들 때 맥주캔을 대신할 수 있는 치킨 로스터 등이 있다.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를 꿈꾸며
훈제 구이는 마당이 없는 경우 집에서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오토캠핑을 잘 가지 않게 되면서 훈제 구이의 빈도는 점점 낮아졌다. 그러던 중에 해외 음식 방송에서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 같은 스타 쉐프가 스테이크를 팬에다 굽는걸 볼 수 있었다. 나도 따라서 각종 프라이팬에다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테팔 같은 테프론 코팅되어 있는 프라이팬, 코팅되지 않은 스테인레스 팬, 그리고 쇳덩어리인 롯지(Lodge)의 주물팬도 사용해봤다. 주물팬에 버터와 함께 굽는 등심 스테이크는 그간 먹어본 중에서 최고였다.
팬으로 고기를 구울 때는 가장 중요한 (TV로 배운..) 노하우가 있다. 바로 고기의 육즙을 잘 가둬야 한다. 처음에 센 불로 앞뒤사방을 구워서 육즙이 나오지 못하게 하고 그 다음에 원하는 정도로 익혀주는 거다. 요리 방송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은 버터는 왕창.
'드라이에이징' 그리고 '수비드' 스테이크
드라이에이징은 말 그대로 건조 숙성이다. 집에서 해보지는 못하고 레스토랑(붓쳐스컷)에서 접해봤는데 풍미가 아주 훌륭했다. 집에서 드라이에이징을 직접 시도한 사용기가 있어 링크를 첨부한다.
드라이에이징 사용기 링크(클리앙): http://goo.gl/IzWtET
드라이에이징 자가 제조기 (쿡킹하는 사회주의자님 블로그): http://goo.gl/iAa3Rz
수비드(참고: 불어로 sous-vide, 저온 진공이라는 뜻이다.) 스테이크는 비닐팩에 진공상태로 낮은 온도로 오랜 시간 익히는 조리법이다. 50도 이상에서 식중독 균은 죽이고 육즙을 빠져 나가지 못하는 원리로 풍미가 뛰어나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개인적으로 돼지고기에는 어울리지 않고 소고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수비드 머신은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서 슬로우 쿠커와 아두이노, 전력 차단기를 이용해서 DIY를 고민해 보고 있다.
슬로우쿠커를 사용한 수비드 머신 링크(유튜브): https://goo.gl/AKsEji
서큘레이터를 사용한 수비드 머신 자작기 링크(블로그): http://goo.gl/wxcF6f
수비드머신 완제품 구매 링크(해외 쇼핑몰): http://goo.gl/vSIhxL
전기 밥솥을 이용한 수비드 스테이크(일워): http://goo.gl/s2E8gP
아웃도어 최고의 아이템 '구이바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중요한걸 빼먹었다. 최근에 캠핑을 가면 꼭 챙겨가는 게 있는데 바로 코베아에서 출시한'구이바다'다. 일반 버너로도 쓸 수 있고 직화구이나 전골 요리도 할 수 있는데 주로 프라이팬으로 사용한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보다 편하고 고기를 굽기에도 좋아서 강력 추천한다.
구이바다 가격 비교 링크: http://goo.gl/WbBt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