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뚱냥이 Sep 29. 2024

뚱냥?똥냥! 2부 4화

2-4 고양이도 얼굴을 봐요

뚱냥?똥냥! 2부 4화


고양이도 취향이 있다?



고양이에게 매력적인 고양이는 페로몬이 강한 고양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냄새 외에도 얼굴 취향이란 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생후 5-6개월 차에 사람 눈에도 와아, 어떻게 저렇게 생긴 고양이가 있지? 싶을 정도로 잘 생김을 자랑하는 우리 해랑이를 보고, 수컷 고양이의 미의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한 우리 라온이는, 부정할 길 없는 얼빠 냥이이다. 라온이에게 하악질을 받지 않은 수컷 냥이는 해랑이와 찬들이 뿐이다. 기이하리만큼 예쁜 고양이가 많은 우리 집에는 라온이와 다른 결의 미모를 지닌 암컷 고양이가 꽤 있어 암컷들에게는 허용되는 예쁨의 기준이 수컷보다 너그러운 라온이지만, 라온이는 어려서부터 본인 취향대로 예쁜 보담이와 새론이 곁에서 놀고 쉬는 걸 좋아했다. 실제로 딱 봐도 선 굵게 잘 생긴 남성성 짙은 외모에, 큰 키와 근육질 몸매를 좋아하는 라온이는 일본 미소년처럼 생긴 가온이나, 장난꾸러기처럼 귀여운 마루나, 내게는 우리 은하에서 제일 잘생긴 동글동글 달땡이는 아웃 오브 취향이었다. 그래서 발정기에도 라온이는 해랑이만 쫓아다니다가, 해랑이가 중성화가 되어 임신이 안된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저를 쫓아다니는 다른 수컷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러시아 미녀처럼 예쁘장한 새론이 위로 올라타 수컷처럼 마운팅을 하더니 흡족하게 발정기를 마무리지었다. 어려서부터 대쪽 같은 얼빠 라온이었다.   


우리 집 막내이자, 네 마리의 새끼냥의 어미인 새론이는 어릴 적부터 개념있는 행동으로 핵인싸였는데, 발정기에도 온갖 암컷 수컷 냥이를 홀리고 다녔다. 그렇기에 새론이의 페로몬 향이 유독 강하구나 싶었는데, 우리 집 건강한 수컷 중에서는 유일하게 새론이에게 관심이 없던 찬들이는, 새끼냥이가 눈을 뜨고 방묘창을 한 출산방 안에서 뽈뽈 거리고 돌아다닐 때부터 방묘창에 붙어살았는데, 한 달 정도가 지나 새끼냥이들이 방묘창을 넘나들며 자연스레 합사가 되자, 새끼들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어설프게 도망 다니다가 잡힌 새끼냥이를 앞 발로 끌어안은 채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렇게 소중하게 끌어안고 지켜보며, 꼭 지가 아빠인 것처럼 아이들과 잘 놀아주던 찬들이는, 큰솔이가 어느덧 발정기가 찾아올 정도로 성장하자 큰솔이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다. 우리집 네 마리 아기들은 어릴 적엔 모두 큰솔이와 똑같이 생겨서 발바닥 무늬로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성장해서도 어린 시절 얼굴 그대로인 큰솔이가 아마도 찬들이의 취향의 절정이었던 것 같다.


수컷이라면 지긋지긋한 보담이와 달리, 해랑이에게 본처는 보담인데, 다른 아이들 곁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보담이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득달같이 쫓아가는 게 영락 없이 공처가 스타일이다.


지금은 별이 된 달땡이는 아름이와 새론이만을 반경 1미터 안에 허용했고, 발정기에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였던 암컷은 오직 아름이뿐이었다.


가온이는 순진무구하게 생겨서 암컷이라면 가리지 않고 껄떡거렸는데, 그래도 동글동글하게 생긴 아름, 노을, 자올, 풀잎, 티나 근처엔 절대 안 가는 걸 보면, 약간 얄상하게 생긴 여우상이 취향이었던 것 같다.


마루는 반응한 암컷이라곤 새론이 뿐이고, 새론이도 새끼는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가온이랑 봤지만, 본인의 남친은 마루라고 여기는 것 같다. 가온이랑 자주 붙어있지만 새론이 쪽에서 가온이에게 가는 건 아니고, 항상 가온이가 새론이 쪽으로 가서 붙어 있게 되는 것이고, 새론이 쪽에서 자발적으로 다가가 붙어 있는 건 마루이기 때문이다.


여러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다 보면 아이들의 관계성이 퍽 재밌다. 서로 사이좋은 관계에 만약 내가 짐작하는 대로 얼굴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거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흥미로울 법하다.


내 새끼냥들은 늘 세 마리가 뭉쳐 다니는 경향이 있다. 한 마리가 고정 왕따는 아니고, 네 마리 중 하나가 이상하게 놀 때도, 잘 때도, 쉴 때도 따로 떨어져 있는데, 그게 때로는 도담이고, 또 때로는 다온이며, 또 때로는 소담이고, 큰솔이다. 신기한 일이다. 서로서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세 마리만 붙어 다니는 걸까.   

이전 18화 뚱냥?똥냥! 2부 3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