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자본주의 냥이들
뚱냥? 똥냥! 2부 3화
2-3 우리 집 자본주의 냥이들
배고픈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그게 궁금해서 굶긴 적은 없지만, 적당히 배가 고픈 냥이들은, 특히나 사랑스럽다. 이를 테면 새벽에 간식이 고파서 꾹꾹이로 깨워주는 우리 집 냥이들. 배가 부르면 흩어져!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스스로만의 숨숨집으로 쌱쌱 사라져 흔적도 안 보이는 주제에, 하루 한 번 아침 습식 타임에는 어찌나 사랑스럽게 냥냥거리는지. 안으려면 질색팔색하며 떠밀고 내려가는 냥이가 파우치와 습식 그릇을 들고 있으면 무릎 냥이에 골골송도 자처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작 사건이 터질 때까지는 한 번도 안 봤지만,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알게 된 갑수목장의 냥이들도 밥을 굶긴 탓에 무던히도 해당 유튜버에게 안겼다지. 그걸 보면, 확실히 우리 집 냥이들 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은 배가 고프면 한층 더 사랑스러워지는 생물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집 아이들은 대체로 배가 부른 상대이거나, 혹은 배가 아주 부른 상태여서, 자발적으로 17마리가 모두 다 안기는 신기한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는 새벽에 일어났을 때 빼고는 없다. 새벽에 깨고 나면, 17마리의 대다수가 내가 걷는 대로 졸졸졸 따라오고, 내가 거실 테이블에 배식용 그릇을 옮기면 부엌에서부터 냥냥 거리며 따라오고, 한 그릇씩 습식을 주면 얼른 먹고 남의 것을 빼앗아 먹거나, 얼른 먹고 더 달라고 조르거나, 자기 것도 달라고 무릎에서 골골거리거나, 그릇 앞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날 보고 있거나, 하는데 그게 너무 예뻐서 이 기쁨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게 아쉬울 때도 많다. 그렇다고 느릿느릿 주진 않는다. 그랬다가는 울고불고 사이렌이 울려서, 주변에 민폐가 될까 봐.
현재로서는 우리 집 최고참인 아름이부터 소문난 자본주의 냥이이다. 십 년 가까이 키웠는데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절대로 불렀을 때 오는 법이 없는 주제에, 손에 아름이의 최애 간식인 엘라이신 연어 저키를 쥐고 불러야 도도도 다가와서 의자까지 풀쩍 뛰어오른다. 그리고 저키를 손으로 뜯어서 주면서 먹여줄 땐 머리를 내어줘도 다 먹고 나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내 손길을 물고기가 물살을 헤치듯 나아가듯 유연하게 몸을 구부려 피해서 떠나간달까.
우리 집에는 아름이 외에도 눈에 띄는 자본주의 냥이가 몇 있는데, 개중 하나가 장손냥이인 도담이다. 도담이는 무려 우리 집에서 부모묘 아래서 태어나 줄곧 이 집에서 자란 태생부터 집 고양이인데, 다른 손주냥이인 소담이, 큰솔이, 도담이랑 달리 7개월이 되도록 내 눈만 마주치면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도망가고(아기 때 배탈이 나서 병원 처방 장염 물약을 며칠 먹였는데, 아마도 그게 트라우마가 된 듯싶다)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는데, 어느 날인가 고양이 보양간식이라고 쓰인 캐츠랑 저요저요 연어맛을 맛본 뒤로는, 연어맛 저요저요를 준 날은 무릎 위에 올라와 십여 분씩 무릎냥이 서비스를 해주고 가고, 그 까까를 주지 않은 날은 결코 내게 오지 않는다. 수의사들도, 고양이 행동전문가들도 고양이는 인과 관계를 모른다고 하는데, 이런 자본주의 속성 고양이들을 보면 그 말이 정말 맞는 건가 의문이 든다. 먹이-애교 사이엔 확실히 인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아니면 이 녀석들이 나를 입맛대로 조련시키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