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현실로 내려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길지 않았던 첫 꿈의 직장, 그리고 계획에 없던 이직

by 레이지제스트

지금의 나로선 놀라운 일이다.


극 내향인인 내가 스포츠 관련 업체를 인터넷 서칭해서

채용 계획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스포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보기도 하고


한국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까 고민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시 그 시절의 내가 되더라도 그때처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두드리고 두드리는 정성 덕으로 기회가 왔을까.


그렇게 나는 지나가다 우연히 올라온

스포츠마케팅 대행사로서는 업계 최고였던

기업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고


이 정신으로 지원하고 기회를 잡아서 입사했다.




미국 본사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지사들은 크겠지만

한국지사는 그야 말고 "출장소" 같은 곳이었다.

각 부서별로 담당자 1명이 있었고,

나는 지사장을 비롯한 이벤트, 골프, 라이선싱 부서의 일을 도와주는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이 직원들은 어떻게 이 엄청난 회사에 들어오게 된 걸까


나처럼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좀처럼 공개적으로 채용하지도 않는 이 회사에 어떻게?


부럽기도 했고 대단하기도 했고.

역시 인맥이 중요한 사회다.


난 인맥 하나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니 나름 자부심도 컸다.

" IMG"라는 로망의 이름을 단 사원증, 명함과 이메일 주소까지.

정말 성취감이 최고조의 순간이었다.


하는 일은 뭐라도 좋았다.

지원 업무이니 시간이 소요되고 단순한 일들이 많았지만

어떤 일이든 현장에서 배우는 거지.


심지어 회사에서 보내는 사내뉴스레터를

"타이거 우즈"이름으로 발행되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으니.


모든 걸 다 감수할 수 있었다




대표이사 지원 업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뭐랄까... 이하 생략하겠다.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이벤트 지원이었다.

처음 하게 된 업무는 "철인 3종 경기" 대회 운영.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했지만 사실 "철인 3종 경기"를 몰랐었다.

힘든 3가지 종목을 한 번에 한다고?

그것도 제주도까지 가서?

그것도 신청비를 내고, 항공과 숙박비까지 부담하면서?

왜?


스포츠의 매력이란...

놀라울 일이다.


그렇게 나의 첫 스포츠 이벤트 현장 경험을 맵게 했다.

선수 등록 관리가 주 업무였지만 스폰서 유치, 종목 협회와 협력, 운영 관리 등

많은 부분들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현장을 배웠다.


이후 LPGA 대회 개최를 IMG가 하면서 운영 업체와 협력하는 부분,

선수 항공권과 숙박 예약 커뮤니케이션도 하고

골프대회 현장에서 운영 지원도 했다.

그 당시 유명했던 LPGA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케어하는 경험은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골프" 분야 일이었으니

작게나마 이룬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라이선싱 업무 지원.

어쩌면 롱런으로 하기에는 나에게 맞았을지도 모르는 분야이다.

스포츠마케팅이라고 하면 선수 매니지먼트와 스포츠 이벤트를 주로 생각하게 되지만

이외의 다른 분야도 많다는 걸 현장에서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본사 여러 부서가 모여 한국 사무실을 구성하고 있는 구조였고

나의 소속은 여러 부서의 지분이 복잡하게 나눠져 있었다.


라이선싱 팀장이 부서 소속으로 변경하려고 했지만

대표이사의 방해로 꼬이게 되었고

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모든 걸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일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면서 다른 부서에서 데려가는 건

도저히 볼 수가 없었나 보다.


로망의 회사가 다른 투자사에게 인수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씁쓸함도 경험하고

꿈의 직장에 입사하면서 날개를 달고 날 줄 알았는데

날개를 펴기도 전에 묶인 채,

작은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갈라서서

에너지 소모를 하는 곳에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계획에도 없던 이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