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니 생기는 기회, 그리고 또 기회

이제부턴 흘러가는 대로

by 레이지제스트

"호주"로 "스포츠마케팅" 전공 유학을 가기로 결정한 것도 거창한 인생 계획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 시기에 그 시점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 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마음이 끌리는 것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통계를 전공했지만 통계를 잘하지 못했고

전공을 했으니 취업을 하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나 자신이 초라해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유학이었다.

막연하게 "스포츠마케팅"을 하면

운동선수인 동생도 도와줄 기회가 생길 것 같,

나름 새로운 분야이니 시장에서 선점해서 잘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교수님 영향이 큰 한국 대학원보다는

연계성이 낮은 편인 해외 대학원이 나을 것 같,

그런 이유로 나가서 살고 싶은 내 욕구도 충족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택이라 믿었다.


영어권 국가 중 미국 영국은 비싸니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에서,

이왕이면 동생 가까운 곳 뉴질랜드나 호주.

그중에서 스포츠로 나름 강국 이미지가 있는 호주로 결정.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미래는 보장되어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스포츠마케팅을 좋아했고

로망의 대행사에 들어갔는데

크게 상처입고 매운 현실을 배우고 퇴사하는 상황.




다른 곳 어디를 가겠어




정말 힘들게 찾은 기회 부여잡고 스포츠마케팅 현업에 들어왔는데 퇴사를 결정하고 나니 땅 속을 하염없이 파고 파고 또 파고 들어갔다.


최고의 회사, 물론 동네구멍가게 같은 지사지만, 여기도 이런데 다른 회사.. 어디.. 대기업 인하우스 대행사?

대기업은 여전히 자신 없는데.


그렇게 내려놓고 있을 때.

회사 팀장님이 공고 하나를 보내줬다.


철인 3종경기를 하면서 협회와 일을 많이 하는 팀장님.

문체부 공고를 보고 지원해 보라고 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마케팅은 아니잖아.

그래도 행정도 있지.

대한체육회나 국민체육진흥공단 입사도 알아봤었으니까.


안정적일 것이고, 음... 안정적일 것이니까 고민했었다.

학교 행정실에도 있었으니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기도 하고.


재미는 없을 것 같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 적성에는 잘 맞는.


경험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생각해 주신 팀장님께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들만의 이력서 양식




꽉 막힌 틀이 답답하다.

공공기관은 안정적인 장점 이면서 답답한 틀이 있다.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이력서 양식부터, 채우려니 갑갑했다.

그런데 이건 공공기관만의 특징은 아니다.

수많은 이직과 함께 수없이 작성했던 이력서 중 '양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기업들도 많았으니까.


어떻게 작성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상처를 많이 입은, 날개 꺾인 20대 후반 유학 다녀와 늦은 신입을 다시 하고 있던 나로서는.

30이 눈앞인데 또 회사를 옮기는 것에 좌절해서 절박함도 없었다.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할 수 없고 마인드.


그렇게 서류를 냈고

통과했고

면접을 보러 갔고

공무원, 공무원 출신 기관장, 교수.. 등등의 면접관들과

분위기상 압박 면접을 봤다.


반쯤 마음을 내려놓고 봐서 그런지 편하게 면접을 봤고

그렇게 나는 "공채 1기"라는 이름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리고 인생에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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