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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자 Oct 13. 2024

골목길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며  곳곳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잘 가꾼   공원들도   많으며  대중교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도로는  지속적으로   건설되어   어디를 가든  시원하게 뚫린   대로  위를  자동차가   힘차게 달린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대로보다   골목길을  좋아한다.  큰 길을   걷는건   볼일이  있을  때이고  골목길을 걷는건  갈증날때   물을  찿듯  찿아가서  걷는것이다. 요즘도  도시  구석구석에  숨은   골목길이  많다. 마음먹고  찿아가는  골목길도  있으며   우연히  들어서서  만나는  반가운  골목길도  있다.  골목길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과  특징이 있어  매번 색다른  맛과  멋을  느낀다. 대로에서  들리는  소음과  번잡함을 피해  골목길로  들어서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진다.그곳엔  낭만이 있고  운치가  있으며  건실하고   소박한  멋이  있어   사람사는   이야기로   넘쳐난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쪽문, 손이 닿을듯  낮은  창문이  정겹고  애잔하다. 가만히  밀어보고  싶은  쪽문엔  희로애락이  켜켜이  쌓였으리라.낮은  창문안엔  삶의 고단함을  어루만져 줄  따듯한 사랑과  정이 있을것이다.  도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들도  골목에서는  어색하지  않은   정경들이  되어  메마른  감성을  적신다. 올망졸망한  화분에  심어논  한해살이  꽃들, 페인트통에서  자라는  접시꽃과  쪽뚜리꽃,  모두모두 사랑스럽다.  어느  집앞  스치로폼  상자에서  잘자라 주렁주렁  달린  고추며  짚을   묶어  속을  키운  알배기  배추를 보고있노라면   그  영농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큰 길가에선  볼수 없는  멋스런 그림이다.   가끔   근린공원에서  만나는  오솔길도  좋다.  골목길이  사람사는   동네에   있다면  오솔길은   식물이 사는  동네에   있는것  같다.  오솔길에  들어서면    코끝에  닿는  상쾌함과  함께    이름모를  풀잎부터  우람한   나무들의   향연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  봄부터  가을까지  오밀조밀하고  정다운  숲속의   성장과   변화는  지친  영혼을  치유한다.완고하고  딱딱한  나무에서  빼꼼하게  새싹이  움틀때의  경이로움은   감격이다. 돌틈사이를  비집고  수줍게   피어나는  풀꽃도  늘  제자리를  지킨다. 오솔길의   식구들은  항상  나의  스승이다.     골목길,  오솔길에  서면  마음이  풍성해지고  큰길에  나서면   삭막하고  스산해서  공연이   쫓기듯  서두르기   일쑤다. 골목길을  걸을땐 꿈과  희망이  자랐고   따듯한 정과  촉촉한  감성이  일었다. 나는  메마른  대로를  활보 하기 보다   영혼이  따스하던  골목길을  걸으며   달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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