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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자 Oct 19. 2024

바느질을  하다


바느질을하다

김영자


올여름은 유난히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건강에 자신이 없는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내내 에어컨을 켜고 거실에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하릴없는 노인네가 귀중한 에너지 소비만 하는 것 같아 생산성 있는 일을 해볼 요량으로 바짓단이며 치맛단도 손보고 떨어진 단추도 달고 간단한 리폼도 해보았다.


  실 짧게 꿰어 바느질을 하면 엉킴도 없고 속도도 빠르다. 돋보기를 쓰고도 바늘귀 꿰는일이 쉽지 않아 실을 길게 꿰어 바느질을 하면 가다 엉키고 어 실끝에 절로 매듭이 진다. 그러면 엉킴을 푸느라 애를 먹고 풀다 못풀면 실을 잘라내야 하므로 실을 길게 꿴 일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실을 길게 꿰어 바느질을 해도 엉킴도 매듭도 없이 하는 법도 있긴 하다. 알면서도 마음이 조급해 생각 없이 바늘을 움직이면 꼭 엉키고 매듭이 진다. 긴실 바느질을 문제없이 하려면 천과 실이 만나는 부분을 누르면서 바늘을 빼거나 실을  가만히 당기 된다. 단추를 달 땐  떨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달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심한 집착이   마음의 상처를  남기듯  너무 단단하게 달아놓은 단추는 떨어질 때 옷감이 상한다,


 가는 실이든 굵은 실이든 자세히 보면 두 가이 함께 꼬여 매끈한 실이 되고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한다. 실은 본래 꼬여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으면 엉키고 매듭이 진다. 바느질이나 사람 사는 모습 같아     보인다. 사람도 본래 제 각각 어떻게든 꼬여 있으니 말이다. 교육, 성향, 가치관, 환경 등등으로 엮이어서 개성 있는 인물이 되고 각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짧게 만나는 사람은 엉키고 맺힐일이 없다. 서로 조심하고 예의를 갖춰 대하며 하는말도 깊지 않음으로.

 

 오래 보며 살아가는 가족이나 배우자, 평생 친구는 다르다. 상 서로 배려하고 예의를 지켜야 할것이다. 긴 세월 함께 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얽히기도 하고 분노나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으며 때론 무 자르듯 끝장을 보는 일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옷단을 감치든, 단추를 달든, 모든 바느질에도 가르침이 숨어 있었다. 살아   가는동안 성급하고 무례한  사람은  이니었는지,

얽힌 문제 푸느라 세월 낭비는 안했는지,

무모한 집착으로 마음의 상처를 자초한 일은 없었는지 뒤돌아본다.


 남은 삶은 아집은 버리고 타인을 존중하며 배려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담담하고, 소박하게

한땀 한땀 떠 내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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