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로서 내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퇴역예정이거나 이미 퇴역한 미군들을 만나 그들의 정신장애를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군 근무 중에 행한 업무와 연관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마음 쓰이는 점 중의 하나는 전쟁터에 다녀온 이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이다. 본인이 포화 속에서 살아남았거나, 동료의 처참한 죽음을 보았거나, 부대원이나 인질의 자살을 목격하는 등 극한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어떤 이들은 심각한 수준의 PTSD 증상을 호소하는데,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반드시 PTSD 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어떤 퇴역 군인들은 몇십 년 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여전히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트라우마 이후에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도 된다. 꿈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던 모습에서 하루하루가 힘겹고 방 안에서 두문불출하며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바라보면서, 나는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제까지 전쟁을 찬성한 적은 없었지만, 전쟁의 잔혹함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기에. 지금도 지구의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념과 명분 속에서 인간이 존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