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2019년 10월 21일

by 주과장

행복에 대한 굶주림이 너무나 오래되어

마치 비싼 음식을 바라듯 한다


내가 이 행복을 먹어치울 때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참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지켜보기만,


이 세상엔 생각보다 이유없이 내게 주어지는 것들이 많다.

머리위로 날 쓰다듬고 가는 기분좋은 바람과

내가 운동장을 누빌 수 있게 내리쬐는 햇빛도

다 그냥 주어지는 것인데


나는 왜 내게 주어진 행복은

경험에서 비롯된 버릇마냥

오롯히 먹지 못하고 손도 대지 못하고

익숙하게 우울에 빠지나


우울도 버릇이다

우울한게 나를 삼키는 것이 익숙해져 버리니

우울하지 않은 내가 낮설고

무섭다.


나는 행복을 먹는 법을 잊었다

내 몸은 행복을 소화하는 법을 잊었다

나는 우울에 적응해버렸다.


나는 밤마다 나락에 빠지며 그 위에 누워

나의 우울을 덮고

악몽을 배고 잠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코로는 무료함을 들이키고

목으로 고통을 삼킨다

집 밖을 나설때 마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대리고 두려움을 신고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