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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과장 Oct 17. 2024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제법 흐리고 꿀꿀한 분위기로 가득함

무척 졸린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통 잠을 못자서 수면제를 먹는데, 너무 늦게 먹으면 꼭 이렇게 다음날까지 약기운이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잠을 푹 자지 못했다던지 


잠을 잘 못잔다는 것은 정말 최악의 생활을 이어간다는 소리와 같다. 사람에게 식욕, 성욕, 수면욕이 있다고 하는데 내 수면욕은 욕망대로 하려 한들 제 맘대로 되지 않아 더 고통스럽다.

한 번은 대학생 때 정말 심해서, 삼일 밤 낮을 집에서 잠도 못자고 뒤척이곤 했는데 머리는 각성 상태이고 몸은 죽기 직전이라는 듯 퍼져서 두통과 무기력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도 불면증을 수면제로 잠재우지만, 약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주말부터 약을 먹지 않게 되면 또 늦잠자게 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신체가 잔다고 착각하여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린다고 해서 그렇게라도 버티며 자연스럽게 잠을 자보려 노력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절대 잠이 들지 않는다.

모든 생활을 다 망가트리는 최악의 패턴이라 할 수 있다.

잠을 못자는 것은 명백히 누군가 내게 내린 저주임에 틀림이 없다.


가을이 가을답지 않게 너무 칙칙하다. 티없이 맑고 높게 보이는 하늘에 공허함을 느껴도 모자란데, 불투명하고 탁한 풍경이 아른거리는 나의 가을이 영 안타깝다. 처음 맞이하고 앞으로 맞이할 수 없는 첫 26의 가을이 이렇게 탁해서야. 아쉽고 힘빠지지만, 가을이 흐릿할 수록 나는 뚜렷해져보아야겠다


-


최근에 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오탈자를 비롯하여 문맥이나 사용하는 단어도 어색하고, 표현이나 흐름이 굉장히 엉망인것을 다시금 알게 되니 수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쓰겠노라 큰 뜻을 품고 만든 브런지북의 목적성도 많이 잃었다. 공감갈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풀어쓰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참신한 스토리가 나오기 쉽지도 않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해야할지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멋진 글이 아니라도, 좋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안되니 답답함이 턱턱 쌓인다.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바,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것을 글로써 옮기는게 어렵고 때로는 내가 무엇을 쓰고있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알아내는 것도 굉장한 미션이 된다.


그리고 나의 아주 못된점도 하나 발견했다.

나는 타인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내가 내키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성격도 그렇다지만, 다양한 글을 접해야 다양한 거름이 내면에 쌓여 더 풍성해지는 법을 모를리 없는데도, 내키지 않는 것은 들여다보지 않는 이 한심한 모습을 어쩐단 말인가.


-


성장하고 늙어가며 그 만큼의 품위를 지키고 도리를 다 함에 있어 버거움이 느껴질 때가 많은 20대 후반의 가을이다. 꼬부랑 할아버님 보시기에 아직 새파랗게 어린것으로 보일 테지만, 내 아래로 태어나는 수 많은 젊은 것들앞에서 나는 그들보다는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의 행동을 더 노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나이차이 얼마 나지도 않는 인생선배들 앞에서는 이 나잇값이 부족한게 여실히 티나가서 수치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기에 정말 정말 진땀이 나는 것이다.


또래의 영역 안에서 그들이 보기에 내 외관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데 행동과 품격은 부족할 때 얼마나 그 모습이 미간 찌푸려지게 하는지 나는 꽤 잘 안다. 내가 이 나이 먹으니 나보다 후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보고 거울치료를 당했기 때문이다. 진짜 이전 내 모습이 저랬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쪽팔리고 치욕적일수가 없다. 


그래도 별 수 있는가, 매일같이 매번 생각하고 또 말하지만, 난 여전히 철없어도 되는 나이에 머물고 싶다.

이렇다 할 능력같은게 있지도 않고 매번 모든게 처음과 같이 느껴져 긴장하며 사는것이 너무나 지치니까

나를 쓸 곳은 많겠지만 내가 쓰이고 싶은곳은 없는게 현실이지만, 나이 마흔 들어설 쯤이 되면, 내가 쓰이고 싶지 않은 곳도 나를 선호하지 않게 된다. 잔혹한 세상의 맛을 덜 보기 위해서, 적어도 그것에 너무 좌절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단물만 먹는 것은 그만둬야 할 것이다


일단, 잠을 자자

눈을감고 읊어보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저 감옥에 누워 시시덕 거리는 수감자들도 웃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니, 나도 충분한 자격이 있는거라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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