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없었다
노랑의 빛이 봄을 부를 때
너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잎맥 아래로 시간이 흘렀다
말라붙은 하루들이
너를 감싸고 있었다
한때의 너는 빛이었으나
지금은 가벼운 침묵
나는 알지 못했다
너의 봄이 얼마나 짧았는지
너의 하루가 얼마나 얇았는지
다만, 햇빛 아래
그늘 하나 없는 꽃대를
보았을 뿐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피운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남은 건 부서진 바람
나는 아직도 맨발로 걷는다
뜨거운 흙을 밟으며
네가 지나간 길 위에
또 다른 노랑이 피어오를 때까지
하나의 작은 사라짐이
얼마나 많은 부재를 남기는가
너 없는 봄은
그저, 빈 종이 한 장
나는 꽃을 꺾는다
손에 쥐기 전에 사라지는
너의 마지막 향기를 위해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