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Bye Sydney
스노우마운틴으로 일을 하러 가기로 결정하고 시드니에서 약 한 달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호주의 5월에서 6월로 계절이 변하면서 시드니의 날씨는 제법 쌀쌀해졌다. 특히나 호주의 난방 시스템은 한국처럼 보일러 시스템이 아니어서, 집에 있는 것이 집 밖에 있는 것보다 더 춥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나마 히터나 전기장판으로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누가 호주는 더운 나라라고 했던가? 반팔, 반바지만 입어도 살 수 있다 들었는데, 시드니의 6월은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한국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한국 집으로부터 겨울옷을 공수받고, 이번 겨울을 스키장에서 보내기 위해 두툼한 옷도 몇 벌 장만하였다. 그리고 점점 시드니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호주에서 계획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영어 공부, 다양한 경험, 나를 찾기 등등. 이것이 나의 큰 목표였다.
시드니에서 3개월 동안 난 놀랄 만큼 성장하였다. 처음엔 영어로 말도 잘 못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의사 표현은 할 줄 알았고, 전보다 더 많이 들렸으며, 외국인을 만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시드니에 아는 장소가 많이 생겼고, 외국인 친구들도 생겼다. 좋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떠나려 하니 지난 시드니에서의 3개월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기에 이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스키장에 가면 3개월간 그곳에서 체류하며 살아야 한다.
'스키장 시설이 별로면 어쩌지? 완전 일만 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
가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과 생각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 또한 있었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며 학원에서 만난 형, 누나, 동생들에게 인사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시드니를 떠날 준비를 하였다.
'내일 새벽 6시에 난 버스를 타고 스노우마운틴으로 간다.'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좋은 인연들... 이들을 뒤로한 채 내가 이렇게 먼저 떠난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호주에서 1년 이상 머물고 있던 학원 누나들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 저 기분이 이상해요... 떨리고 설레고... 아쉽고..."
"원래 다 그런 거야. 호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런 거지. 나도 처음엔 만남과 헤어짐에 아쉬웠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더라. 너도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넌 어딜 가든 잘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화이팅!"
'이별에도 익숙해진다?' 그 당시에는 누나의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호주에서 만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에 정말 이별 또한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는 호주에서 처음 있는 헤어짐이었다.
약 3달 전, 난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왔는데, 이곳에서도 새롭게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헤어지게 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3개월 뒤 다시 보자며 인사를 한 뒤, 그날 시드니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시드니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 영어도 못하고, 돈도 얼마 없었는데, 이렇게 버티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가는 나!
'그곳에 가면 뭐가 있을까?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 화이팅 다니엘!'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 – 장 폴 리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