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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Feb 04. 2016

너나 잘 하세요

#인도, 바라나시(India, Varanasi): 갑질은 집에서 하시구요


누군가 한 소녀에게 옷과 신발을 사주었다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다른 소녀에게 전해 들었다. 그 애는 말했다. '그 남자가 A에게 옷과 치마와 분홍색 신발을 사줬어. 나는 친구가 없어. 아무도 나에게 선물을 사주지 않아.'


'난 네 친구가 아니니?' 되물었더니 선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쉬이 거절하지도 응하지도 못한 채 곤란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그 애는 거듭 말했다. '저렴한 마켓을 알아. 멀지 않아. 신발은 없어도 돼. 옷만 사줘. 돌아오는 일요일에 함께 가자.'  요구라기보다는 부탁, 혹은 애걸에 가까웠다. 너는 그 애 눈빛을 봤어야 했다.



선물을 받지 못한 소녀는 친구를 시기, 질투하게 되었다. 그녀와 자신을 비교하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애걸하게 되었다. 너는 한 소녀를 슬픔과 비참함에 빠뜨렸다.


그럼 선물을 받은 소녀는 어떨까? 그녀는 귀여운 얼굴로 아양을 떨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그녀 또한 다음에 오는 사람들에게 다시 무언가를 요구하게 될 터였다. 무언가를 얻는 쉬운 길을 알게 되었으 깨닫지도 못한 채 영악한 계산에 능숙해질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뒷주머니의 값비싼 지갑을 열어 아이 손에 100루피를 쥐어주었다. '가서 밥이나  사 먹어' 하는 너를 때려주지 않은 것을 하루 온종일 후회했다. 거리의 아이들이 호텔에서 한 달간 설거지를 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300-400루피 남짓이다. 너 같은 인간을 세 번만 만나면 벌 수 있는 돈인데 어떤 멍청이가 꼬박 한 달을 일하려 하겠니? 고작 2000원도 되지 않는 돈을 내어주며 네가 느낀 것이 잘난 우월감인지 역겨운 자기 위안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너는 알아야 한다. 네가 한 짓이 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무엇인지. 그 애들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낯선 외국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더 쉽고 편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같잖은 네 돈 때문에.




가난은 세계의 문제다. 해결되지 못한 구조의 문제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문제이며,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개선해 나가야 할 거대하고 중대한 문제다. 네가 한 짓은 겨우 내디딘 한 걸음을 열 보쯤 뒤로 물리는 짓이었다. 도움은 못 될망정 퇴보는 시키지 말았어야지. 그깟 푼돈으로 네가 산 것은 아이들의 아양인가, 아니면 네 기억 속에서만 아름다울 추억인가. 사람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다음번에 네 하얀 셔츠가 보이면 나는 멱살을 잡고 묻고 싶다. 네 하얀 뇌 속에는 무엇이 들었냐고.















귀엽고 예쁜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주기 전에 생각하세요. 당신에게는 푼돈이나 그 애들에겐 적은 돈이 아닙니다. 잘난 당신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들지는 마세요. 얼마나 비싼 음식을 먹고 얼마나 깨끗한 숙소에 자고 또 얼마나 좋은 차를  타는지는 관심 없습니다. 부디 당신 돈은 그런 곳에만 써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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