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감독차이.
마법사군단이 또 한 번 해냈다. 이번시즌, 역대 최초 5위 결정 타이브레이커 승리에 이어 역대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연승을 해내며 말로만 '곧 나오겠지 곧 나오겠지'하던 '업셋'을 성공해냈다.
이강철의 지도력과 훌륭한 KT의 투수진과 대비되는 이승엽에 대한 비판과 두산 타자진의 무력함.
모든것이 공존하면서, 결국 KT는 가을의 기적을 계속 써내려가고자 하고, 두산은, 특히 이승엽 감독은 경질의 벼랑에 몰린상태가 되어버렸다.
지나치게 긴 서론으로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싶진 않으니, 와일드카드전을 돌아보며, 어떤 포인트에서 승부가 갈렸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KT용병들의 미친 호투, 그리고 이강철의 신들린 투수진 운용. KT위즈는 이길 수 밖에 없었다.
KT 칭찬을, 아니 그 전에 이강철 감독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3연전, 그야말로 '경이로운' 단기전 투수 운용이였다. KT의 예상되는 선발진은 대부분 예상하기로 고영표/쿠에바스/벤자민/엄상백/소형준 이 로테이션이였고, 5위 타이브레이커 이틀 전 5이닝을 소화했던 고영표가 불펜으로 빠지고, 아직 선발투수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약간의 의문이 있는 소형준정도를 제외하면,
대중들의 예상은 타이브레이커 쿠에바스/와일드카드 1, 2차전 엄상백/벤자민의 선발 등판을 예상했을 것 이고, 아마 고영표에게는 어느정도의 휴식을 부여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대부분이였다.
특히 벤자민은 SSG에 약하기도 하며, 이미 이틀 전 선발 등판을 했던 경력이 있고, 엄상백보다 쿠에바스가 SSG에 상당히 강했기에 쿠에바스가 타이브레이커 선발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필자는 조심스럽게 했었다.
그러나 이강철의 선택은 타이브레이커 선발 엄상백이였다.
암만 쿠에바스가 조금 덜 쉬었다지만, 쉽지 않을 선택이였을텐데 이강철은 결단을 내렸고, 엄상백은 4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SSG의 강타선을 틀어막으며 이에 응답했다.
그리고 놀라움은 여기서도 이어진다. 바로 이틀전 5이닝을 소화했던 고영표의 등판. 고영표 전 등판했던 소형준의 등판은 어느정도 예견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고영표를 여기서 올리고, 거진 멀티이닝을 돌릴 것 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최정에게 홈런을 맞으며 살짝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1과 3분의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놨고,
박영현이 멀티이닝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타이브레이커를 승리로 가져갔다.
팀의 전 단장이였지만 현재는 상대 감독이 되었던 이숭용의 감정에 쏠려 조병현, 노경은을 지나치게 아끼며 자멸한 것과는 아주 대조되는 냉철한 판단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두산전 등판한 것은 쿠에바스. 두산에게 상대전적으로 상당히 고전했지만, 잠실에선 올해 1경기 나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쿠에바스였기에, 어떤 면모로서의 쿠에바스가 더 먼저 튀어나올지가 중요했다고 볼 수 있었겠는데,
두산 타자진의 무력함이 겹치고 쿠에바스의 '가을DNA'가 살아나며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이어 등판한 김민/손동현/박영현이 깔끔하게 3이닝을 막아내며 와일드카드 1차전을 가져갔다.
그리고 2차전, 선발투수는 두산 상대로 올해 정말 좋지 않았던 웨스 벤자민. 무려 8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상대였기에 우려를 자아냈고, 박영현 역시 3연투가 예정될 수 도 있었기에 이에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시즌중에도 3연투 시켰었는데 지금 안쓰면 어쩌게요?'라는 유쾌하면서도 뼈있는 말을 던지며 박영현 등판을 예고했고,
이런 와중 벤자민이 7이닝 무실점이라는 미친 투구를 보여줬고, 이런 와중에 소형준이 아닌, 하루 쉰 고영표를 올리며 우타자 3인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박영현이 9회 3타자를 또 한 번 봉쇄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런 신들린 운영을 통하여 KT는 시작된 가을 3연전간 불펜투수로 분류될만한 선수는 박영현/손동현/김민 제외 모두 아끼며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하는 동시에(심지어 김민도 단 2타자 상대밖에 하지 않았다!),
소형준도 5위 타이브레이커 이후 쭉 아끼며 준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 가능성도 어느정도 점쳐볼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냈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소형준(+고영표)-엄상백-쿠에바스-벤자민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을까 싶은 상황.
물론 이런 미친 운용을 뒷받침해준건 쿠에바스와 벤자민, 박영현의 호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쿠에바스/벤자민 모두 시즌내내 좋은 공을 뿌렸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 두 선수가 보여준 공은 정말 '못치는 공'이였다.
직구는 살아들어가고, 변화구는 정우영 캐스터의 말을 빌려 '앞문, 뒷문 다 마음대로 열고 다닌다'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정교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3연투 내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준 박영현의 호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3연전내내 총 9점을 뽑아내는 동안 이에 지대한 공언을 했고, 특히 타이브레이커 역전 쓰리런 홈런과 와일드카드 2차전 결정적인 홈 보살을 해내며 KT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끈 로하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 이며,
어떻게든 살아나가고자 하는 투지를 보이며 2차전에선 결승타도 쳐낸 강백호와, 큰 경기에 오면 살아나는 또 다른 마법사 배정대의 활약도 빼놓으면 안 될 것 이다.
솔직히 두 팀 모두 타선이 그렇게 활약했다고는 할 수 없는 시리즈였지만, 조금 더 집중력이 빛났던 KT의 승리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KT위즈는, 다음 잠실팀을 호출하러 간다.
충격적인 타선의 무득점 침묵, 결국 최초 기록의 희생양이 된 두산 베어스.
충격적이다. 10년대 후반의 두산을 봤던 야구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 두산 베어스가, 무득점으로 일관하며 최초의 와일드카드 피업셋 희생양이 될 것 이라고 감히 누가 예상하였겠는가. 그것도 홈 2연전에서 말이다.
만원관중을 등에 업고도 두산을 힘을내지 못했다. 특히 타선이 말이다.
힘을 내줘야했던 양의지는 부상으로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고,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차리고 나간 1차전은 중심타선이 해결해주지 못했으며, 나름 중심타선 선수들이 안타를 기록한 2차전은 테이블세터가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내며 결국 1점차 승부를 극복하지 못한 두산 베어스다.
시즌내내 타선보다도 소위 말하는 투수조의 '좌우놀이'때문에 많은 비판에 시달렸던 이승엽 감독의 이번 포스트시즌 최대 패착은 투수진 때문이 아닌 아마도 이틀 연속 똑같은 타순을 들고 나온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경기 뿐인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1차전 빈공으로 무득점에 그쳤다면, 2차전 라인업은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은 아마 야구인 뿐 아니라 야구를 즐기는 팬들도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전 경기와 똑같은 라인업을 들고 왔는지, 차라리 누군가를 바꿔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타선에서는 허경민의 분전이 안타깝게 느껴질정도로 나머지 타자들은 빈공에 그쳤다. 특히 김재환/양석환/양의지와 같은 고액 FA트리오는 전혀 힘이 되지 못했고, 가장 득점에 근접했던 순간이라도 만들었던 양석환을 제외 하더라도, 8타수 1안타에 그친 김재환과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한 양의지는 그 어떤 비판을 받아도 달게 받아야할 판이다.
또한 1안타에 그친 김재호/재러드 듀오 또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호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허경민, 많이 쳐줘서 정수빈, 양석환을 제외하면 타선이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그에 비해 투수진은 굉장히 호투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부자연스럽지만서도, 이승엽 감독이 144경기 내내 해오던 소위 '투마카세'전략이 투수 교체를 하는 것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단기전 승부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도 어느정도 한다.
다만, 투수진의 변수는 곽빈이였다. 계속해서 큰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고, 기복 또한 줄여야할 숙제로 꼽혀왔던 곽빈이 1차전 1회부터 4실점하며 무너져내린 모습은 그야말로 팬들의 복장을 터뜨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이다.
본인 스스로도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해보겠다고 인터뷰했던 홈 최종전의 약속을, 곽빈은 지켜내지 못했다. 급하게 땡겨쓴 것 도 아니고, 5일이나 충분히 쉬고 등판했음에도, 특히 시즌 중 1.51이라는 극강의 평균자책점을 보이던 KT위즈 상대로 이런 성적을 냈다는건 선수 본인의 멘탈문제라는 말 밖에 더 나오지 않을 것 이다.
두산팬들 사이에서도 '가지고 있는 구위가 아깝다'라는 말이 나올정도.
냉정하게 혹평하면, 이런 상태로 더 높은곳에 올라갔어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인 와일드카드였던 것 같다.
그나마 유의미했던 점을 찾으라면, 곽빈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의 활약이 포스트시즌에서도 눈에 띄게 느껴졌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교훈, 김택연, 김강률, 홍건희, 이병헌, 최원준, 이영하 등은 단 1실점을 제외하고 전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두산 불펜이 정말 강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불펜진이 아니여도, 특히 최승용의 2차전 깜짝호투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였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이 경기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라고 할 정도로 놀라운 투구를 보이며, 전 날 팀의 에이스 곽빈을 무너뜨린 KT의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해냈다.
그리고 곽빈이 1회 무너졌음에도, 4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타선이 어떻게든 따라붙을 수 있게 최대한 막아주는 KBO입단 후 최고의 인생투 중 하나를 보여줬던 발라조빅의 호투도 눈에 띄었다.
이런 투구를 내년에도 볼 수 있다면, 재계약도 고민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의 호투였다고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이미 신인상에 '김택ㅇ'까지 써놓은 김택연의 2와 3분의 1이닝 역투 또한 일품이였다. 로하스를 풀카운트에서 직구로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차세대 국가대표의 마무리는 사실상 확정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을정도.
다만, 이 투수들에 대한 연속성이 있고자 한다면, 그리고 시즌이 끝난 지금의 상황에서 두산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감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규시즌의 업보 때문에 이번 포스트시즌 유독 욕을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라는 평가가 지금 이승엽에게 어느정도 존재하는 것 도 맞다. 솔직히 어느정도 시인은 한다. 정말 당황스러운 판단으로 일관하여 다 잡은 5위자리를 '순수 감독 능력'으로 놓친 이숭용에 비하면 이승엽의 죄는 조금 덜 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팀이 와일드카드에서 최초의 기록을 쓰며 탈락했는데, 감독이 면피를 받는다는 것이 애초 성립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 최소한 라인업을 바꿔보기라도 했어도. 그것도 하지 않아놓고 어떤 면피를 이승엽이 받을 수 있을까.
이승엽의 야구는 뒤가 없었다. 단기전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시즌 내내 그래왔다. 단기전의 투수운용과 장기전의 투수운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좌/우에 의존하고, 데이터를 보지 않는 듯한 모습, 투수를 관리할 생각조차 없으며 야수는 지독하게 사용할 선수만 사용하는 모습은 과연 이 감독이 진지하게 공부를 하고서 지금 감독자리에 임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그렇게 차세대 한국 마운드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이병헌, 김택연 같은 선수를 심하게 소비했고, 이미 최지강 같은 선수는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져버렸다.
그렇다고 어떤 타자도 육성해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지원은 지원대로 받아왔는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빈수레가 요란했다고말고는 말을 할 수 가 없다.
어떻게 보면, 이승엽의 야구관은 굉장히 올드하다. 물론 올드한게 무조건 나쁜것은 아니다. 올드한 것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방법이 효율성이 있었고 결과를 낳아왔다는 것 이였으니까.
그러나 이승엽의 야구는 살아남지 못한 올드함을 가져와, 잠실의 다이아몬드 위에 전시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까지의 코멘트는 두산팬이 아닌, 한국 야구팬으로서 이승엽의 야구를 지켜보며 할 수 있는 코멘트일 것 같다.
이 이상의 코멘트는 두산팬들에게 공을 넘기고, 아쉬웠던 이번 두산의 와일드카드 분석을 마친다.
마치며
두산은 이번시즌의 이야기를 여기서 끝냈고, KT는 계속해서 써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KT는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간은 정말 순수하게 감독의 체급 하나 만으로도 단기전에서 충분히 요리가 가능한 상대들이였다고 한다면,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염경엽 감독의 LG는 그렇지 않다. 이미 전년도 한국시리즈에서 일격을 당한 경험이 있다. 물론 작년에 비해 LG가 전력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KT가 여기서 또 한 번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이미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KT위즈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디까지 갈지도 충분히 궁금해진다.
KT는, 또 다시 잠실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두산.
이번겨울, 두산은 진정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허경민이 옵트아웃을 선언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고, 점점 우수한 유망주들로 리빌딩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망주를 모아놨지만, 고액, 다년 FA선수들의 연봉이 또 다시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리툴링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며, 투수진은 이번시즌 같은 사태가 또 한 번 반복된다면 내년에 과연 어떤 선수가 남아있을지 걱정까지 되는 상황이다.
이번 겨울, 두산은 선수가 아닌 '프런트'에 초점을 맞춰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런트의 결단이 아마 향후 5년간 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건 명분은 충분한 지금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 프런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것 도 이번 스토브리그의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먼저 탈락한 SSG는 변화가 아닌 유지를 선택했고, 팬들이 점점 떠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