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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Sep 14.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12 | This journey 1% finished

실밥뽑기

수술한지 2.5주가 지났다. 30cm 가량의 수술 부위는 여전히 아릿아릿하고 발목 주변 제거된 힘줄에 여전히 힘이 없다. 발등 전체적으로 24시간 저리고, 엄지, 검지 발가락 뼈 주변은 시도때도 없이 욱신욱신 아프다. 발가락들은 처음에는 안 들어졌다가 이제는 약간 들리기 시작하나 맥아리가 없다. 양말을 신으면 태아 웅크리듯이 폭 감겨 답답하다. 오늘 병원에서 실밥을 모두 뽑았다. 워낙에 길게 쨌기 때문에 발목과 무릎 쪽 5~10cm 정도는 실밥으로 봉합했고, 가운데 부분은 스테이플들로 찝었다. 수술부위가 벌어짐을 방지하기 위함이였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벌어질만한 근육이 남아있질 않다. 실밥은 3일전에 1차로 3분의 1 가량을 뽑았고, 오늘 나머지 모두를 제거하였다. 스테이플들을 뺄때마다 생각보다 고통이 있다. 종아리에 뼈가 두 개 있는데 수술 후 이 두 뼈를 보호하는 근육이 없어 단순히 피부에 덮여 있는 상태이다. 수술 메스가 이 두 뼈와 평행하게 피부를 절개했으니 몇몇 스테이플들을 뺄때는 뼈에 가까이 닿아서 시렸다.

이제부터 수술부위에 샤워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 시리는 느낌이 싫어서 한동안 못할 듯 하다. 간호사가 드레싱 밴드로 덮을까 물어봐서 해달라고 했다. 상처 부위가 덧날까봐 걱정되서 이기도 했지만, 상처가 길고 패여서 맨살을 그대로 내놓고 다니기 이상한 느낌이었다. 흉터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나의 두뼈가 보호없이 노출되는 느낌이 싫어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 지리라 생각되지만, 한동안은 드레싱 밴드에 의지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패인 부위로 세로마(seroma) 라는 액체가 차오른다고 했다. 근육이 차오르면 좋겠다.


부상 걱정

수술을 하고 2주이상 되니 재법 걷기도 하고 수술 부위도 살펴보면서 느끼게 된건데, 세 가지 부상이 걱정되었다. 1) 발목관절 골절, 2) 정강이 뼈 골절, 그리고 3) 왼쪽 다리 부하

1) 발목관절 골절: 오른쪽 다리에 족하수가 발생하였기에 걸을때 발끝이 땅에 먼저 닿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족하수 보조기를 쓴다. 하지만 때때로 발끝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넘어질뻔 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섬뜩하게 스쳐지나가는 생각인데 힘없은 발목이 체중에 의해 자칫 사정없이 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2) 정강이 뼈 골절: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강이를 지나는 두 뼈가 앞쪽 부분에 아무런 보호없이 (근육이 있어야 한다) 피부에 감싸져 있다. 침대 프레임 높이의 낮은 장애물 주변을 걸을때 마다 정강이가 닿을까봐 항상 싸하다. 언젠가 부주의하게 걷다가 이 뼈에 골절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하자.

3) 왼쪽다리 부하: 몇 달전 이미 왼쪽 무릎을 한번 다쳤다. 사무실에서 동료랑 이야기 하다가 책상에서 떨어져서 무릎으로 낙하했다. 무릎 주변으로 멍이 시퍼렇게 들었었고, 십자인대쪽이 한동안 아팠었다. 최근에 이 무릎이 다시 아파져서 무릎보호대를 찼다. 또한, 쩔뚝쩔뚝 걷다보니 왼쪽 엄지 발바닥 쪽에 물혹이 발생했다. 병원에 다녀오니 물혹(결절종)이 발생핬고, 주사로 물을 뺄 수도 있지만 덧나거나 더 커질 수도 있으니, 1차적으로 물혹 주변으로 압력을 주지 말아보자고 한다.


This journey 1% finished

어제 방사선종양 교수님과 혈액종양 교수님을 만나서 방사선 및 항암계획을 논의하였다. 이 부분은 다른 에피소드에서 깊게 다룰 예정이다. 이제 수술을 마쳤고, 실밥을 뽑았는데 ‘This journey 1% finished’ 문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방사선+항암 일정이 무척이나 길고도 험했기 때문에 생각났을 것이다. 저 문구는 다니는 회사에서 렙탑에 붙이는 스티커 문구였다. 회사가 이전 대비 매우 성장했기에, 요즘은 사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쓰지 않는 문구이지만, 여전히 좋은 문구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와 시작이 반이다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투병 여정은 물론 1% 이상 진행되었다. 조직검사도 했고, 진단명도 받았고, 수술도 했고, 오늘 실밥을 뽑았으니, 남은 항암일정을 고려해 봤을때 10% 이상은 했다. 아니면, 5년 기준으로 하는 완치판정을 그 끝으로 정한다면 1%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시작해서 많이 왔고, 더불어 이제 시작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이후에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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