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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Aug 31.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4 | 암판정

암판정

8월 21일. 오래 기억될 날. 오전 10시에 분당서울대병원에 조직검사 결과를 받으러 교수님을 만나기를 기다렸다. 부모님과 양성종양이겠거니 하며 시시껄껄한 농담하면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내 순서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으나 교수님은 옆방 할머니 환자에 잡혀 있어서 10분은 넘게 기다렸다. 진료 차트가 화면에 로딩 되어 있었는데 많은 정보들이 보였으나 나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충 아래와 같았고, 몇몇 암호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찾아보았다.

그 10분이 매우매우 길게 느껴졌는데, 저 단어들의 조합이 ‘너의 결과는 악성이야’로 이야기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이내 나에게로 왔고, 옅은 한숨을 쉬면서 ‘아. 결과를 알려드려야 하는데요.’ 하면서 운을 띄웠다. 이후, 암판정이 났다. 희귀암이다, 전이가 되었을 수 있으니 전신검사를 하자, 수술 후 족하수(foot drop)가 발생한다 등등 마음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의사 선생님과는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던 것 같은데,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였던것 같다.

외래에서 나와서 암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바쁘게 두 가지 일을 치뤘다. 하나는 산정특례 신청이고 두번째는 조직검사 기증이였다. 산정특례는 암환자나 희귀병환자에게 정부에서 의료비를 파격적으로 싸게해주는 것이다. 원무과에서 그간 진료비들의 절반 가량을 환불해 주었다. 두번째는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를 다급한 전화를 받고 처리한 일이다. 전화 넘어의 목소리는 다시 외례봤던 곳으로 와주길 원했으며, 가봤더니, 업무에 찌든 꽤재재한 레지던트가 조직검사 기증서를 들이밀었다. 나의 조직 중 남은 부분을 의학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였다. 기증안 할 이유는 없어서 싸인을 하였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타이밍이 암 확정을 받고 난 겨우 10여분뒤라는 것을 생각해 봤을때, 굳이 저 타이밍에 저 레지던트는 그 문서를 나에게 들이 밀어야 했을까?

부모님과 병원 지하에 국밥을 한공기 말아먹고 나니 이제 좀 정신이 든다. 나는 암환자이구나. 대체로 정신 똑바로 잡고 담담하게 잘 견디었으나, 전화 넘어로 미국에서 울고있는 아내를 다독이는 내 목소리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족하수 (foot drop) 장애

족하수는 영어로 foot drop이다. 한자에 기인한 단어들은 생각보다 직관적이지 않다. 족하수가 그 예일 것이다. foot drop이라는 영어가 훨씬 더 직관적이다. 어쨌든 수술 방향이 오른쪽 다리의 앞 정강이 근육과 힘줄을 대부분 제거하는 것으로 되면서, 수술 후 족하수라는 장애가 남게 된다고 한다. 다른 암환자와 다르게 암을 받아들이는 것과 더불어 장애도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보다 힘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수술 전으로 향후 장애 정도가 얼마인지, 장애등급은 한국과 미국에서 둘 다 잘 받을 수 있는지 별도의 섹션을 통해 적어보겠다.

족하수라는 장애는 나에게 두 가지 고민을 가져다 주었는데, 하나는 ’걸을 수 있을까‘와 다른 하나는 ’운전할 수 있을까‘였다. 왼쪽 다리였으면 두번째 고민은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른쪽 다리라 운전관련된 고민이 동반되었다. 의사로부터 얻은 정보는 경험상 족하수 환자는 보조기구 도움하에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 걸을 수 있지만, 운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것저것 살펴보니 장애인 판정을 받으면, 손으로 가감속할 수 있는 장치를 차에 부착할 수 있는것을 알게 되었다. 두 가지 고민 모두 해결책이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미지 출처: https://studyfinds.org/compound-hard-to-treat-canc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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