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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33 | 마지막 항암, 그리고 모든 치료 종료!

by 기암

요약: 뜻하지 않은 혈전으로 (에피소드 32 참고​) 마지막 항암까지 오기에 난항이 있었으나, 온 힘을 다해 기쁜 마음으로 6차 항암에 임했고, 투약중에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쳤고, 미국 스타일로 항암 졸업 축하도 했다. 이제 치료 끝!


8일간의 입원과 마지막 항암

응급실 와서 케모포트를 모두 제거하고 혈전이 생기는지를 관찰해야 했기 때문에 입원이 길어졌다. 입원한 김에 연이어서 6차 항암까지 하자고 담당 교수님과 함께 결정하고, 총 8일(수요일 ~ 다음주 목요일)을 병실에 있었다. 이에, 6차 항암은 원래 계획보다 3일을 당겨서 하게 되었고, 다행이도 몸의 컨디션은 항암을 시작할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주말 내내 몸에 아무런 바늘 없이 병원을 편히 돌아다니면서 가족들을 만나며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월요일 PICC를 삽입하고 (아래 PICC 섹션 참고) 바로 3일간 항암약을 투약했다.


마지막 항암이라 그런지 기운이 절로 났다. 항암약의 어지러움과 구토 그리고 딸국질의 정도는 이전 차수와 비슷했으나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항암의 부작용들이 이전보다 약하게 느껴졌다. 혈전제거, 케모포트제거, PICC삽입의 통증은 안중에도 없다. 빨간약(아드리아마이신)을 투여할때는 몸에 들어오는 것을 보는게 기분이 안 좋아 가급적 쪽잠을 잤고, 나머지 시간은 책들을 읽고 생각들을 정리했다. 약간의 주식 투자도 했고, ‘폭싹 속았수다‘도 챙겨봤다. 수차례 입원생활 중 가장 알차게 보냈다.


미국식 축하

미국에서 아내가 만들어준 플랜카드가 한달전에 집에 준비되어 배달되어 왔었다. 택배박스를 뜯지 않고 오랫동안 방구석에 보관하다가, 이번에 입원하고 나서 박스채 병실에 가져다 두었다. 항암 마지막날 열어서 짜잔하며 축하에 쓸 생각이었다.


앞선 항암을 하면서 여러 간호사분들께 의견을 물었던 내용이 ‘마지막 항암 후 병실에서 항암 졸업을 축하해도 되냐’는 질문이다. 미국은 항암을 졸업할 경우 간호사들과 함께 축하를 해주는 분위기라 ‘괜찮다’는 대답을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보편적인 답들은 입원환자들 대부분은 4기라서 그 치료의 끝을 알 수가 없는 환자들이니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하시는게 좋겠다는 의견이였다. 이에 최대한 조용히 축하하기로 했다.


셋째날 마지막 항암약이 다 들어가고, 박스를 뜯고 플랜카드를 펼쳐보았다. 슈퍼맨과 나의 얼굴사진이 합성되어 있었고, 아내의 진실된 축하가 가득 담겨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병실 창가쪽에 붙여놓았다. 퇴원날에는 부모님 꽃다발까지 더해저서 미지막 항암을 축하하는 기쁨이 배가 되었다. 교수님과 몇몇 간호사분과도 함께 사진 찍었다. 미국식 축하를 처음 보셨는지 대부분의 간호사분들은 신기해 하셨다. 과하지 않게 최대한 조심히 병실에서 나오며, 기나긴 8개월간의 치료의 종지부를 찍었다.

원래 플랜카드는 실제 사진과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블로그에 맞게 새로이 그려봄.


PICC 삽입술

혈전이 생긴 케모포트를 제거한 뒤, 마지막 항암 투약 방법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3일간 PICC(말초 삽입 중심 정맥관, 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를 사용했다. 똑같이 혈관조영실에 들어가서 시술을 받는데, 이번 위치는 알통 아래쪽 위치이다.


항암 첫째날 아침에 응급으로 스케줄을 잡아 조영실로 내려갔다. 혈관조영실은 벌써 세번째라 그런지 낮설지 않고 긴장되지 않았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정맥 구조 상 PICC를 오른팔에 하는게 간편하지만, 혈전이 생겼던 쪽이라 나의 경우 왼팔에 삽관하기로 결정되었다. 삽관할 팔 부위가 소독되고 수술천으로 몸이 덮혀졌다. 의사는 초음파 기계로 간단히 혈관 위치를 찾더니, 국소 마취를 하고 이내 절개하여 혈관을 찾았다. 아마 말초혈관 중에서는 가장 굵은 쓸만한 녀석이 그곳에 있었을 것이고 이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도달할 수 있는 튜브(카테터)를 집어넣는 것일 것이다. 천장에 달린 실시간으로 혈관 상황을 볼 수 있는 장비를 통해 얼마큼 삽관되었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혈관은 통증을 느낄 수 없어서, 의사가 얼마나 카테터를 집어넣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케모포트 삽입때에는 카테터가 심장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났었다.) 나중에 뺄때 보게 되었는데 대략 20cm의 카테터가 후루룩하고 빨려 나왔다.


대충 10분정도 시술을 마무리하고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놓고 보니 그냥 혈관주사바늘과 별차이 없다. 이제 항암약만 잘 들어가면 된다.


(PICC는 하루정도 지나면 100원짜리 크기의 멍이 발생하는데, 그 통증은 견딜만 하다. 더불어 PICC쪽으로 몸을 옆으로 누우면, 심장이 다소 부정확하게 뛰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몸이 눌리면서 카테터가 심장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이지 않을까 싶다.)

두개의 관이 나와있는 PICC. PowerPICC라 쓰여있다.


항암약 몸에서 빠지기

3일간 잔뜩 들어온 두개의 항암약은 소변으로, 침으로, 대변으로, 땀으로, 숨으로 서서히 빠져 나간다. 색으로, 냄새로, 또는 느낌으로 항암약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선 항암기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퇴원 후 48시간이 되면 컨디션이 서서히 좋아진다. 마치 사람모양의 스펀지에 빨간색 소독약을 잔뜩 머금게 한 상태에서 애써 짜지 않고 가만히 두면 뚝뚝 떨어지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때쯤 되면 항암약이 신체 구석구석을 다 돌고 나가는 시점이고, 일어나는 신체반응이 제각각이다.


소변에서는 붉은색이 옅어지고 거품이 줄어든다. 일반 소변과 항암약 농도가 높은 소변은 배뇨시 느낌도 다소 차이가 난다. 침에서는 약냄새가 줄어든다. 특유의 항암약 냄새가 있는데, 그 구역질 나는 냄새가 줄어드는 시기 즈음 더 이상 침을 뱉지 않는다. 삼킬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항암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지 못하기에 매일 보던 대변은 2~3일간 거르게 되고 이내 변비로 변한다. 이 때 대변에 쌓인 항암약들이 대장에 오래 차여 있어서 항암약으로부터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가급적 대변을 빨리 놓는게 좋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변비와 설사는 대체로 이어서 온다. 설사의 원인은 항암약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항암 직후 먹는 음식들이 매운음식 (매운음식을 먹으면 안되지만 다른맛은 다 고장나서 매운맛으로 음식을 집어넣어야 들어간다. 주로 일본라멘이나 짬뽕 같은 음식으로 다스렸다.)이라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복합적인 대변을 보고 나면 몸 컨디션이 좋아진다.


몸 어딘가에 항암약 농도계가 농도를 꾸준히 측정한다. 100%에서 시작하며, 소변을 보면 몇% 줄어들고, 침을 뱉으면 또 몇% 줄어들고, 대변을 보면 또 몇% 줄어드는 식이다. 이 농도계는 신체 컨디션과 연결되어 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다. 농도가 빨리 줄어든다 싶어 여기저기 일상생활을 서둘러 하게되면 등가교환으로 농도가 늦게 줄고 컨디션이 다시 나빠지는 경험을 주로 한다.


마무리

이제 병원일정은 더 이상 일정이 없다. 회복 중에 응급실에 오지 않도록 몸관리를 잘하는게 마지막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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