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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34 | 두번째 follow-up

by 기암

미국으로 돌아왔고,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두번째 follow-up을 진행했다. 총 2개의 MRI와 1번의 CT를 찍었다. 폐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고, 수술한 다리에 MRI를 한번 찍고, 척추 라인을 따라서 한번 더 MRI를 찍었다. 판독 결과는 병원 앱으로 당일 저녁에 바로 공유가 되었고, 혈액종양 내과 교수님과 그 다음날 결과를 가지고 면담을 하였다. 다행이도 아무런 전이 소견이 없었고 건강하다고 진단받었다. 다음 follow-up은 8월로 정해졌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기분좋게 글을 적어본다.


Imaging

미국에서 imaging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전체적인 절차가 비슷해서 이내 익숙해졌다. 조영제를 맞아야 하기에 주사바늘을 팔에 꽂고, 바로 CT실로 가서 촬영을 받았다. CT는 워낙에 금방 찍을 수 있어서 가볍게 찍고 나왔다. 조영제가 온몸을 재법 뜨겁게 했는데, 한국의 그것보다는 훨씬 더 쌘 양이 들어왔다고 느껴졌다. 문제는 MRI 촬영이다. 다리와 척추 각각 40분과 80분이 할당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쉬지않고 내리 2시간 촬영하였다. 한국에서 찍은 가장 긴 MRI가 1시간 10분이였고, 중간에 쉬지 않는다는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기 때문에, 편하게 촬영을 시작했지만 나의 착오였다. 촬영장비 안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상태로 2시간을 버티기에는 매우 힘들었다. 첫 한시간은 적당히 견뎠다. 잠시 졸기도 하면서 어렵지 않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고, 손에 쥐어준 emergency button을 누를까 여러번 고민했었다. 시계가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안경을 벗으니 방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견디면서 온갖 생각을 다 했는데, 이러다 피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몇군데에 땀띠가 났다), 관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촬영이 마무리 되었다. 다음부터는 두개의 MRI 촬영일 경우 중간에 쉬었다가 찍자고 이야기해야 겠다.


혈액종양 외래

다음날 혈액종양 담당교수님을 만났다. 중국계 교수님으로 1월에 이어 두번째 보는것이다. 두번째 보는 것이라서 보다 편했고, 이미 어려운 치료는 다 마친 상황이라 교수님도 나를 편한 환자로 여겼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Imaging 판독 결과를 앱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고, 그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더 편히 만날 수 있었다.


근황을 묻고, 영상결과를 알려주셨다. 항상 쾌활하게 밝게 이야기 해주심에 마음이 편했다. 척추 MRI 영상을 찍은 이유는 sarcoma가 종종 척추에 발견되기 때문이고, 폐 CT 역시 폐로 전이되었는지를 보는거라 설명해 주셨다. 전체적으로 아무런 전이나 재발 증상이 없음을 확인해 주셨다. 다리 MRI에 수술 부위에 생겨난 부종이나 지방층은 정형외과 외래로 좀 더 이야기 들을 예정이다. Myxoid Liposarcoma는 sarcoma 중에서도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안심시켜 주셨고, 음식도 너무 가지리 않고 먹어도 된다고 조언해 주셨다. 남은 5년동안 follow-up이 항상 이랬으면 좋겠다.


한국과 미국의 Imaging 절차 차이

(*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비교임으로 일반화 하기 어려움)

영상 촬영은 전체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절차를 가지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점이 있어서 정리해본다. 서울대병원은 CT실과 MRI실이 나누어져 있어서 매번 이동을 해야 했었다. 각 실 앞에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린다. 탈의실과 주사실은 다 나뉘어져 있어서 환자가 동선을 잘 따르지 않으면 간호사 분들께 혼나기 일쑤다. 스탠포드 병원은 imaging 부서에 접수를 하고 대기를 한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이동하면 간호사 분이 오늘 있을 imaging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해준다. 다음 이어서 환복을 하고 주사바늘를 꽂아준다. 이 절차가 한 진료실 방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즉, 환자는 이동하지 않고 여러 간호사들이 방으로 찾아와 본인의 절차를 수행하고 나간다. MRI와 CT는 모두 가까운 거리 안에 있어서 최소한의 이동으로 모두 해결했다.


영상 판독 결과에 대해 차이점도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대개 1주일 후에 외래 진료로 결과를 공유 받는다. 그 전에 미리 알 수 없다. (이건 팁인데, 영상의학과 교수의 판독은 사실 2~3일안에 이루어진다. 외래 전에 Imaging 내용이 정말 궁금하면 몇천원을 지불하고 의료기록을 떼어 보면 된다.) 스텐포트 병원은 하루안에 영상판독 결과가 바로 나오고, 그 결과를 MyHealth라는 앱을 통해 환자와 투명하게 공유한다. 그 앱에서는 진료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할 수 있데, 예약, 판독결과, 방문내용, 문의, 결제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웹 페이지에서도 똑같이 가능하다.) 이중 서울대병원과 가장 틀린 부분이 앱을 통해 교수님께 직접 문의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의의 대부분 담당 간호사가 답을 하지만, 때로는 교수님이 직접 답도 한다. 서울대병원은 대표번호로 콜센터에서 모든 문의를 수집한다. 무조건 전화로 해야 하고, 요즘 시대에 이메일도 불가능하다. 교수님께 간단한 용건도 무조건 외래를 잡아야 하고, 기본적으로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서울대병원에 앱이 있지만 쌍방향 소통 보다는 병원에서 환자에게 알려줄 약속이나 간단한 정보 열람만 가능하다. 환자가 병원에 문의가 있으면 무조건 전화로 해야한다.


잠시 옆으로 샜는데, 정리해보면 서울대병원은 병원 운영에 최적화되어 있고, 스텐포드 병원은 환자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차이는 시간당 처리해야할 환자수가 현저히 차이가 나고, 환자가 치료에 지불하는 비용도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병원은 스텐포드 병원보다 몇배 많은 환자의 영상을 찍어야 하고,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환자에게 청구한다. 이게 비단 이 두 병원의 차이만은 아닐것이고, 일반적인 한국병원과 미국병원의 차이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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