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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9.9 Myxoid Liposarcoma

Episode 35 | 스트레스 관리

by 기암

병가 후에 회사로 복귀할지 말지를 한참이나 고민했다. 복귀를 망설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예전처럼 높은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를 못 이겨낼꺼라 생각들었다. 그러다가 암이 재발되면 (실제 Sarcoma 재발률은 높다)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여러 취미 활동들 (음악, 운동, 미술, 독서 등등)을 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게 싫었다.


다른 직장인이라면 어쩌면 오래전에 깨달았을 내용을 이번 장기병가를 하면서 최근에 깨닫게 된게 있다. 이는 ‘회사에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고 그 보상으로 돈을 받는다‘로, 회사생활 20여년만에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동안 나는 회사를 자아성취하는 곳으로 여겼고 임금은 둘째 문제였는데, 병가 중에 일부 월급이 들어오면서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고, 위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장고 끝에 (주된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와 건강 보험이지만), 복직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첫번째 이유인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겠고, 두번째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활동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나의 24시간은 이제부터 노동시간과 취미시간이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채워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다보니,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관련된 책을 서너권 읽고 비교해 봤다.



책 1: 하버드 스트레스 수업 - 왕팡

스트레스는 삶에 치명적이고, 최대한 잘 관리하여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허버트 밴스 교수의 SMART (Stress Management And Resiliency Training) 프로그램이 나왔고, 이를 약간 변형하여 왕팡 교수가 SMART-C를 개발하였는데, 아시안들의 특징인 화를 속으로 삼키는 부분을 보완한 트레이닝이라 소개한다.

책 전반부에는 스트레스가 의학적으로 미치는 내용들을 주로 설명한다. 스트레스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상실케 하거나,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가 변형되는데, 이는 텔로미어의 변형도 일으키고 노화도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의학적 데이터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안 좋다고 이야기한다.


이어서 SMART 프로그램을 설명하는데, 아쉬운 점은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고 운영되는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다. (하버드 의대는 여전히 8주짜리 SMART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링크) 책을 토대로 이해한 바로는, SMART 프로그램은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를 알게끔 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을 찾는다. 이어 감정을 갉아먹는 스트레스와 이별하고 배출하는 훈련을 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기르는 방법을 가르치고, 마음 챙김(mindfulness) 훈련 (의식적으로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를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하는 것)을 진행한다. 끝으로, 작은 습관부터 변경하는데, 식습관이나 수면습관부터 조금씩 변경하며 마친다.


위와 같이 이해한게 맞다면, 전체적으로 내가 이미 변한 모습과 유사하며, 난 이미 SMART 프로그램을 어느정도를 이미 수행했을까 싶다. 자잘한 tactic으로는, 심호흡을 통한 이완 훈련이나 명상등을 보다 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다.


책 2: 스트레스의 힘 - 켈리 멕고니걸

이 책은 앞의 책과는 다르게 스트레스는 삶의 적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실제로 건강과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왕팡 교수도 멕고니걸 교수의 책을 인용하기도 한다.) 즉,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실제로 건강이 악화되고, 반대로 스트레스는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다 라고 믿는 사람들은 더 건강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Stress Mindset이라는 이론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득되었다. 그녀의 오래된 TED Talk은 10분안에 그녀의 주장을 잘 설명해 준다. (아마 이미 한두번은 봤을것이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정말 광범위한 상황에 쓰인다. 사소한 짜증을 우리는 스트레스라 부르고, 우울증 같은 심각한 심리적 문제도 스트레스라고 포장한다. 나 역시 스트레스를 수시로 소환하여 ‘아~ 스트레스 쌓여‘라는 말을 자주 했던것 같다.


저자는 사고방식을 바꾸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쉽게 관리되고,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플라시보 효과도 그 일환으로 생각이 긍정적이면 몸이 반응하고 좋은 호르몬이 생성되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트레스는 발생하지만 내면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건데, 때로는 성장과 도전의 기회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무리

복직하면, 스트레스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 글을 복직 전 한두달전에 써 놓았는데, 발행시점인 지금은 복직후 1주일이 되었다) 사소한 스트레스부터, 복잡한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까지 내가 힘들어 질 것이다.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스트레스 일수도 있고,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하는 지독한 스트레스도 있을 것이다. 위의 책 내용대로 스트레스를 가급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마인셋을 바꾸어서 스트레스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해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봐야 겠다.


Appendix

첫번째 책을 읽으며 몇 가지 흥미로운 발췌를 정리해 본다.

"사람은 중간수준의 각성 상태에서 각종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심지어 스트레스에서 도움을 받기까지 하는데, 이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한다. 반대로 신체나 감정의 장애,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나쁜 스트레스는 ‘디스트레스(distress)’라 한다." -> 이런 두 단어는 처음 들어본다. 사람들은 이 두가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공감 능력까지 뛰어난 경우는 많지 않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에서 당신은 보통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가?" -> 나는 대체로 타인에 대한 공감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나에 대한 공감은 뛰어나지 않았다. 나에 대한 공감을 높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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