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제는 Die with Zero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남김없이 다 쓰고 죽어라’ 정도로 될 듯 하다, 하지만 실제 제목은 ‘역전하는 법‘이다. 해당 출판사의 마케팅팀에서 한국 정서를 고려하여 원제를 바탕으로 제목을 짓기는 싫었을 테지만 ’역전하는 법‘은 책이 주는 의미와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얼마전 지인과 가치있는 삶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 하다가 추천 받은 책이다. 저자가 강연하는 식으로 글을 쉽게 풀어 써 놓아서 술술 잘 읽혔다. 또한 돈, 시간, 경험치 등을 최대한 정량화해서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힌다.
무엇보다 경험에 투자하라는 1, 2장의 이야기는 매우 공감했다. 저자는 ‘부의 극대화’가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의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아프고 난 뒤 나의 가치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경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 시간 그리고 돈이 필요한데, 더 늙기 전에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최대한의 경험을 쌓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키워드는 총 4가지이다. 인생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돈, 시간, 그리고 건강이 필요하다. 즉, 돈, 시간, 건강의 삼박자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줄어들고 재산은 늘어나기에, 가급적 건강할때 돈을 너무 아끼지 말고 시간을 내어 좋은 경험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의 인생 만족도 곡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건강이고, 돈에서 즐거움을 뽑아내는 사람의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쇠퇴한다. 시간이란 돈보다 훨씬 더 희소하고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돈을 시간과 바꾸라고도 조언한다. 모든 포인트에서 동의한다.
’모든 경험의 가치는 정량화 가능하다.‘라는 표현은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예를 들어, 살아계신 부모님과의 저녁식사가 때로는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가셨다고 가정한다면,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저녁식사는 수억원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현재 할 수 있는 부모님과의 저녁식사가 그렇게 감사할 수 없다.
또한, 내가 관심있는 주제인 죽음에 관해서도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점이 있었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죽음에 관해서는 비합리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꺼린다. 또한 죽음이 가까울수록 현재를 누려야 할 필요가 더 긴급해질 것이고, 죽음이 멀어질수록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유와 필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기대수명을 계산하고, 남은 수명을 카운트다운 앱으로 확인 하기를 권한다. 나는 나의 죽음을 60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남은 기간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현재를 누리되 약간의 미래를 계획할 생각이다. 카운트다운 앱에 나의 죽음 D day를 설정하기도 했다. (여러 앱들을 설치해 봤지만 다들 지저분하고 유료화되어 있다. 언제 날 잡고 앱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죽음’(7장)이라는 개념도 좋았다. 특정 경험을 더는 즐길 수 없게 되는 날을 ‘작은 죽음‘이라 하는데, 대학생이였던 나도 죽었고, 싱글로 살았던 나도 죽었다. 인생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을 작은 죽음이고, 작은 죽음이 오기 전에 그 순간을 잘 즐겨야 한다. 나에게 다가오는 작은 죽음은 8개월 간의 병가가 조만간 끝난다는 것이다. 이 죽음이 오기 전에 치료의 마무리와 복직 준비를 잘 마쳐야겠다.
증여와 기부(5장)에 대한 관점도 흥미롭다. 내가 죽으면 자녀에게 유산으로 돈을 주는것이 아니라 미리 줄 돈을 떼어놓고 때가 되면 증여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녀의 나이가 26~35세일때가 증여의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설명한다.
마치면서,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 내가 가진 가치관에 가장 가까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