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나'와 '훼방꾼 나'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후회 없는 시간이란 어떤 것일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사자성어의 출생 배경은 뭘까? 가끔 산길을 걷다 발길이 멈춘 끝자락에서 이런 부질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으려 애쓴다. '내 삶은 성공한 것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대답은 바람에 공허한 침묵으로 실려 되돌아올 뿐이다. 내 마음에는 늘 두 사람이 존재한다. '착한 나'와 '훼방꾼 내'가 있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주저앉히고 가지 말라고 반대편으로 끌어당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고 하면 '안돼!'라고 소리치며 앞을 가로막는다. 마음 잡고 책상에 앉으려 하면 '내일부터 해'라고 꼬드긴다. '훼방꾼 나'의 본질은 '유혹'이다. 그런 '훼방꾼 내'가 싫다. 꿀밤을 때려 줄 만큼 밉다. 그 결과는 한숨과 후회의 연속이다.
유혹과 타협, 그리고 변명의 일상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맹수처럼 언제든지 달려 들 기세이다. 그렇다고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드럽고 달콤한 속삭임으로 '훼방꾼 내'가 옳다고 설명한다. 변명 같지만 타협안 할 수 없는 안성맞춤 수준이다. 유혹에 견딘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대부분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타협하기에, 그 결과 변명으로 마무리하는 순환열차에 늘 후회하고 성찰하는 삶의 연속이 반복된다. 작심삼일의 탄생 비밀도 유혹과 타협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 시험 전날 벼락치기해 본 경험은 모두 갖고 있을 것이다.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했다가 발등에 불 떨어질 때 허겁지겁 급한 불 끄려고 밤새워 공부하고 졸린 눈으로 시험을 봤던 즐거운(?) 추억이 사진첩 한편에 고이 꽂혀 있을 것이다.
유혹에 가장 약한 것은 '다이어트?'
신년 초가 되면 전 세계가 들썩인다. 지구촌 전체가 다이어트 결심으로 왁자지껄한다. 헬스장이 가장 붐비는 시기가 1월이다. '다이어트'는 글로벌하게 관심을 끄는 콘텐츠임에 틀림없지만, 실패율 또한 높다. 어떤 유혹이 숨어 있길래 전 세계인이 유혹을 견뎌내지 못할까!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야'가 아닐까 싶다. 심술쟁이인 '훼방꾼 내'가 오늘 이 시간을 즐기라고 꼬드긴다. 오늘까지 먹고 싶은 것 배 불리 먹고 내일부터 운동과 함께 식단조절해도 된다고 이간질을 한다. 마음 약한 '착한 나'는 그 꼬임에 넘어간다. 그러다가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다이어트할 때 곁눈질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독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봄바람이 대지의 열기를 보듬어 따스한 바람이 되고, 다시 뜨거운 열기로 바뀔 때 길거리를 진동하는 치맥의 유혹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저녁 9시 이후 먹방 프로그램은 매콤한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고 손짓을 한다. 그 유혹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유혹과 타협은 한 묶음이며 생활습관의 결과물
주변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는 쉽게 볼 수 있다. 담배와의 전쟁, 알코올과의 손절, 지름신과의 결별 등 유혹의 사례는 널려 있다. 애써서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일상이 곧 유혹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유혹과 타협하는 것이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혹과 타협은 한 묶음이다.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은 자존감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불명확한 가치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유혹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관과 주관이 뚜렷하다면 꼬드김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나는 수 십 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셨던 술을 2021년 9월부터 완전히 손절했다. 결심한 이후 지금까지 한 모금도 알코올을 입에 대지 않았다. 강의 끝나고 어둑어둑해진 골목길 지나칠 때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치킨의 유혹에 몇 번이고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버텼다. 40여 년 넘도록 전국의 산을 누비면서 하산하면 파전에 동동주 한잔은 잘 짜인 각본처럼 자연스러웠다. 지금은 산행하고 두부김치와 동동주 앞을 무심히 그냥 지나친다. 또 하나는 술을 끊을 때 검증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알코올과 헤어진다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무슨 재미로 살지?'라고 말한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정말 술을 멀리하면 재미가 없는지 임상실험용 마루타가 직접 되어 보려고 자처했다. 약 3년 반 가까이 되었지만 불편함보다는 상쾌함이 더 크다. 재미와 알코올은 무관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 하나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알코올 양과 콘텐츠 재방송 횟수가 비례하여 주변에 불편함을 초래하므로 스스로 이런 행위에서 벗어나고자 함도 있었다. 앞으로 내 몸에서 알코올은 영원히 방출임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
'덕분에'가 아닌 '때문에'의 변명
그렇다면 '변명'은 무엇일까? 변명은 '남 탓'이다. '덕분에'가 아니고 '때문에'이다. 타협한 결과가 긍정적일 확률은 아주 낮다.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변명'을 해야 한다.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으로 돌려서라도 말이다. 주변 환경이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서부터, 도와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등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주절주절 둘러댄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과는 이타적이 아닌 이기적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할 주인공은 남이 아나라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타협으로 '때문에'를 남발하면 네트워크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 한 번 금이 간 네트워크는 빠르게 수습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간극이 더 벌어진다. 벌어진 간극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원상회복 수준까지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결국 유혹과 타협하고, 그 결과 임기웅변적 변명으로 순간을 모면하더라도 끝자락에 서서 모든 결과를 떠 안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내 자신임을 명심하자.
유혹의 극복 방법 :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자!!!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고, 공부가 곧 일이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가 싫다고 한다. '나는 공부가 제일 쉬워요'라는 책을 출판한 분도 계시지만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공부가 싫은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루종일 해야 한다는 것, 경쟁으로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 매 번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 기피 이유이다. 소위 형식학습이라 할 수 있는 제도권 학습 기간은 총 12년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이다. 정말 긴 시간이다. 12년은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 긴 시간을 매 번 앞에서 뛰라고 재촉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싫다. '싫음'의 부정적 가스라이팅은 온갖 변명을 늘어놓게 만든다. 변명거리의 타당성 여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몇 가지 변명거리가 2호선 전철 마냥 계속 쳇바퀴 돌게 된다는 것을 어른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공부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변명을 먼저 찾게 되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 작심삼일 극복 방법으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보라고 권고한다. 12년이라는 긴 시간은 몸이 반응하기 전에 마음의 문이 먼저 닫힌다.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 긴 세월을 계속 공부만 하라고 등 떠미니까 멀리 할 수 밖에 없다. 오늘 하루에만 집중해 보자. 집중하는 시간이 누적되면 좋은 습관으로 자리매김한다. 좋은 습관은 66일이 소요된다. 폐기처분 습관과의 결별 시간은 21일이다. 21일이나 66일이라는 숫자에 얽매이다 보면, 실행하기 앞서 먼저 지칠 수 있다.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하루 일과에 충실해 보자. 나는 일어나면 제일 먼저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맨손체조로 밤새 굳었던 근육을 이완시키고 헬스장에서 운동한다. 오전에는 집안 청소와 함께 책 읽고 글쓰기를 한다. 오후에는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강의교안도 만들고 취미생활도 한다. 외부 활동이 없을 때의 개략적인 하루 일과이다. 다른 일이 있을 때에는 탄력적으로 시간 운용을 한다. 짜임새 있는 시간활동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뺄셈법칙으로 불필요한 것을 거둬내면서 시간의 여유와 틈새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하다. 시간은 철저한 소비재이다. 분리수거도 안되고 재활용도 안될 뿐 아니라, 재화처럼 저축도 안된다. 남에게 사용하라고 선물할 수도 없다. 한 번 흘러가면 그것으로 내 손을 떠나는 것이 시간이다. 그만큼 소중하다. 알뜰살뜰하게 사용해야 한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생활습관의 결과물이 유혹과 타협, 그리고 변명이라는 점을 되새기면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평생이라는 단어보다 현재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유혹 극복에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