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wa Seub Lee Dec 30. 2019

집을 사기로 했다(3회)

부동산에 1도 관심없던 이의 내집마련 비망록

3. '전세 안고'의 미스테리


처음 접하는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부동산 또한 생경스러운 용어 투성이었다. 정말 상식적인 선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아는 거라고 해 봤자 계약금, 중도금, 잔금 정도고, 전세, 월세, 매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백지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용어를 모른다고 내 집을 사겠다는 꿈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차피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으니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워나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동네 부동산부터 찾아갔다. 내가 사는 동네에 괜찮은 매물이 있다면 '인(in)'을 해 보리라 생각하며 부동산 실장님(여기서부터 용어가 막히는게, 부동산에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이 실장님은 아니시지 않는가. 그래서 듣기 좋으시라고 여기서는 '실장님'이라고 표현하겠다.)께 우리 동네 괜찮은 매물 있는지 물어봤다. 혼자 살 거고, 평수는 24평 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OO아파트는 71제곱미터에 2억4천에 나와 있구요, OO아파트 OOO동은 전세 안고 2억5천에 나와있구요, OOOO타운은 옛날 아파트라 1억7천에 나와있긴 한데 수리해서 들어가셔야 해요."

실장님 머릿속에 있는 매물이 내 앞에 맞춤형으로 전시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하나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잠깐만요, 전세 안는다는 말이 뭔가요?"

"그러니까 전세 2억3천 끼고 살 수 있다는 말이에요."

"제가 부동산이 처음이라서 '전세 안는다'는 말이 뭔 뜻인지 잘 몰라요.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그제서야 실장님은 책상에 메모지를 가져와서 설명해주신다.

"그러니까, 총각이 만약에 전세 안고 2억5천짜리 집을 산다고 쳐요. 이 집 전세금이 2억3천이면 일단 2천만원 준비하고 전세금 돈을 나중에 세입자에게 2억3천 마련해 주면 된다는 이야기죠. 당장 큰 돈이 없어도 일단 작은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집을 매입할 수 있다는 말인거죠."

(난 이렇게 들었고 이렇게 이해했다.)


'전세 안고'의 의문이 풀렸다. 그 뒤 부터는 부동산 유리벽에 붙은 벽보가 어느정도 해석이 됐다. 뭔가 '개안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부동산은 주식보다는 용어의 벽이 높은 편이 아니다. 일봉 차트부터 해석이 되는지라 주식은 그냥 주가지수 오르고 내리는 것만 판단할 뿐이다. 하지만 나중에 세금 관련해서 다시 부딪히면 답이 나오지 않을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다시 '전세 안고' 이야기로 돌아오면, 뭔가 희한한 거래 스타일같다는 생각이다. 세입자는 전혀 안중에 없는 '떠넘기기 기술'같다는 느낌도 들고.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세입자는 해당 거래에서 부속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전세 안고' 거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시장은 비정하구나.

작가의 이전글 집을 사기로 했다(2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