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1도 관심없던 이의 내집마련 비망록
코로나19가 터져서 집 보러 다니는 걸 잠시 중단했다. 물론 나의 본업도 미친듯이 바빴다. 매일 나오는 대구시 브리핑을 정리하고 거기서 기사를 뽑아내느라 바빴고, 총선이 다가오니 그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게다가 실물 경제 자체가 완전히 박살 일보직전까지 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부동산도 영향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총선 전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고 일단 부동산은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눈팅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요일, 그러니까 4월 12일에 부동산 카페에 한가지 이상한 낌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산 화성맨션과 지산 영남맨션이 재건축 환경평가를 받기 위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에 아주 빠삭한 사람이 아닌 담에야 재건축 관련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얼마나 오래 걸릴 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재건축’ 말만 나와도 사람들은 흔들린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다음날인 4월 13일, 더 이상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물이 없다는 거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 하루만에 매물 실종사태가 벌어지다니... 설마하는 마음에 가려던 서예학원 대신 지산 화성맨션 근처 부동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로 나타났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지역은 32평형대 아파트가 2억7천~3억원 대 사이로 거래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부동산에 갔더니 그 매물이 싹 걷어지고 없더라는 거다. 황당했다. 무슨 매물이 이렇게 빨리 빠지나. 더 웃긴 건 지산 화성, 영남 말고 근처에 있는 청구, 우방, 동서, 청산 등의 아파트도 매물이 거의 없다는 거다. 등에 땀이 났다. 공인중개사 분들은 “아휴, 기자님이 좀 더 빨리 오시지 그러셨어요”라고 말하는데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서 느낀 거지만 재산증식에 대한 욕심은 코로나바이러스도 꺾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코로나는 언젠간 가라앉을 것이고 지금부터 재건축 관련한 움직임을 만들어 놓으면 적어도 10년 동안 몸빵으로 버티면(소위 말하는 몸테크), 적어도 5천만원은 건진다는 계산이 이미 다 서 있었던 거다. 참고로 지산 화성맨션 뒤에 있는 지산시영1단지 아파트는 재건축 확정이 나자마자 지산 화성맨션보다 평당 1천만원이 더 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처음 이 거사(?)를 치를 때도 앞 일이 가시밭길일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면 거의 불지옥 수준이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답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