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생색, 고마움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마음을 쓰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 그런 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그 관계를 더 깊이 탄탄하게 만든다. 더욱이 가장 가까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다.
글쓰기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한 아내에게 건네는 책 한 권,
책을 예전보다 더 가까이하는 아내에게 건네는 북홀더,
북토크, 글쓰기 수업에 관한 정보를 보내며 무엇이든 해보라는 지지의 말 한마디,
데미안을 다 읽은 아내에게 추천한다며 자신의 용돈으로 선물하는 책 한 권,
이런 마음을 다 받고도 그 고마움을 크게 표현하지 않는 아내에게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그 마음.
오늘은 당당하게 생색내는 그가 좋았다.
이번 주 술약속이 많아 황태국을 주문했는데 내 용돈에서 달란다.
이런저런 것들을 나를 위해 쓰는데 왜 넌 그렇게 하지 않느냐며,
각자의 용돈이 아주 소박하게 있는 우리에게 용돈으로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가득 담은 마음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렇게 적어놓으면 그가 또 너무 큰 의미 부여, 확대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 글 속에 내 마음이니 상관하지 말도록!)
듣고 있으니 너무 귀엽고 기분 좋은 생색이다.
내 마음을 듬뿍 담아 만 오천 원을 보냈다.
# 서로가 보내는 환대
비가 그친 일요일 아침, 달리러 가지 않을 수가 없다.
평소보다 늦게 나갔더니 일상을 달리는 사람들보다 비 그친 광안리 풍경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 평소 주말 아침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피해 가며 달린다. 문득 지난번 함께 달린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었던 모르는 이의 응원과 환대가 떠올랐다. 달리는 나에게 더 힘껏 나아가 보라고 엄지를 들어 올려 보여주던 사람, 달리는 다른 이에게도 박수를 보내던 사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모르는 어떤 사람이 보내는 응원의 힘이 얼마만큼인지를 오늘 다시 느꼈다.
늘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면 좋아하는 쌀빵집에 들러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빵을 잔뜩 사 들고 간다. 오늘도 역시나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온 나를 격하게 맞이해 주는 아이들이 있다. 물론 빵을 보고 더 반가웠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다. 세상에 태어나 이런 조건 없는 순수한 환대를 가장 많이 받아보는 경험. 아이들 또한 내가 보내는 환대를 가장 많이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격하게 안아준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 한쪽만 보내는 일방적인 시절이 온다고 하더라도 섭섭해하지 말자. 지금 충분히 보내는 것으로. 먼 훗날, 그때 지금의 이 시절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감정들을 떠올리며 살아가는 것도 소중한 행복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