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대로 내가 된다.
"평화를 빕니다."
천주교 미사 중에 옆 사람에게 이렇게 인사하는 시간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마음의 평화를 선물하다니. 나는 한번 주는데 주변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몇배나 더 많은 평화를 받는다. 속되게 말해서 엄청 남는 장사다.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평화, 사회는 갈등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평화, 국가적으로는 전쟁 없는 평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더 이상 강조가 필요 없을 듯하다.
혹시 마음의 평화를 잃는 대가가 얼마인지 아는가? OECD 자료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은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GDP의 3%에서 4%에 달하는 엄청난 생산성 손실을 겪고 있다. 국내만 보아도, 정신 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며, 정부와 지방 정부가 정신 건강 관리에 직접 지출하는 예산 역시 매년 1조 6천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로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보고에 따르면,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인한 직장인의 결근(Absenteeism) 및 이직 비용이 연간 420억 파운드(약 6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의 직접적인 손실이자, 한 국가가 정신 건강 문제로 겪는 명백한 비용이다.
또한, 청소년 및 젊은 성인의 정신 건강 위기는 교육 시스템과 의료 서비스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미국에서는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평생 동안 부담하는 추가 의료 비용과 감소된 납세액이 누적되어 사회 전체의 미래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토록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뇌가 그 평화를 붙잡지 못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휴식이라고 하면 몸을 눕히거나 잠을 자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신체의 물리적 휴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삶의 질과 방향을 결정하는 정신적 휴식도 중요하다. 즉 '생각의 양식(Mental Nutrition)'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정신적 휴식은 바로 뇌의 휴식인 생각의 양식(Mental Nutrition)을 올바르게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생각이라는 양식을 끊임없이 먹고 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뇌는 부정적인 음식에 더 잘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이것을 '벨크로와 테프론 이론'이라고 한다.
벨크로와 테프론 이론은 신경과학자 릭 핸슨(Rick Hanson) 박사가 제안한 개념이다. 뇌는 생존을 위해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경험은 벨크로처럼 강하게 붙이고, 긍정적이고 안전한 경험은 테프론처럼 쉽게 미끄러지게 처리하는 경향을 설명한다. 이 현상은 수십만 년간 위협을 회피하며 생존해 온 인간 뇌의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에서 기인한다.
뇌는 생존을 위해 수십만 년간 진화해 온 기관이다. 이 뇌는 '안전'과 '위협 회피'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그래서 부정적인 정보, 걱정, 불안 같은 위협적인 신호에는 맹렬하게 반응하고, 이것들을 '벨크로(Velcro)'처럼 강하게 끌어당겨 찰싹 붙여 버린다.
옆집 사람이 나에게 좋은 말을 100번 해줘도, 단 한 번의 비난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뇌의 '부정성 편향'이다. 뇌는 나쁜 기억의 조각을 더 강하게 엮어 신경 회로를 만든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불행을 수집하고 걱정을 연료로 쓰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이 습관은 우리의 삶 전체를 움직이는 '기본 디폴트 값'이 되어 끊임없이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결국, 만성적으로 부정적인 생각 패턴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감사, 행복, 만족 같은 긍정적인 정보는 뇌에 '테프론(Teflon)' 코팅을 한 것처럼 미끄러져 쉽게 흘러나간다. 잠깐의 기쁨은 휘발성이 강한 증발액처럼 사라진다. 뇌는 긍정적인 것에서는 당장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굳이 에너지를 써서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이 '테프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수이다. 릭 핸슨 박사는 긍정적인 경험이 단기 기억을 넘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0초에서 20초 동안 그 감정을 의식적으로 붙잡고 '음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뇌는 해당 경험을 생존에 필수적인 '가치 있는 정보'로 인식하고, 긍정 회로를 강화하기 위한 화학적, 물리적 작업을 시작한다.
결국,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 패턴에 갇히게 된다. 뇌의 작동 방식을 인정하고, 능동적으로 긍정의 양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 건강은 위협 편향에 의해 침식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가 새로운 결심을 하고도 3일을 못 가는 현상을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새해 결심 같은 긍정적인 결심은 뇌가 '위협'이나 '생존'과 관련된 정보가 아닌 것으로 분류해서 3일만에 스르륵 미끄러뜨린다. 테프론 효과다.
따라서 작심삼일을 의지가 나약해서 생기는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기 위해 뇌가 생각을 붙들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들여다 보자.
뇌의 신경 회로는 반복되는 자극을 통해 강화된다. 이것을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는 '헤브의 법칙(Hebb's Law)'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결심을 3일에 한 번씩 다시 꺼내어 의식적으로 되뇌인다면, '새로운 긍정 회로'를 3일 간격으로 끊임없이 보강하는 셈이다.
헤브의 법칙(Hebb's Law):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헤브(Donald Hebb)가 제시한 신경과학 이론이다. 자주 함께 자극되는 두 신경 세포는 그 연결이 강화되어, 나중에는 한쪽만 자극해도 다른 쪽이 활성화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학습과 기억의 물리적 기반이 되며, 습관 형성의 핵심 원리이다.
'작심삼일'을 3일 만에 포기하려는 현상이라고 정의하지 말고, '3일짜리 반복 자극'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력은 '시작을 반복하는 능력'이다. 집중을 통해 계속해서 충전되는 배터리처럼 루틴을 바꾸자.
진정한 의미의 정신적인 휴식은 단순히 생각을 멈추거나 멍하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뇌가 부정적인 경험이나 당면한 스트레스에 집착하는 '반추(Rumination)' 상태를 끊고, 뇌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능동적으로 돌리는 작업을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뇌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주로 과거의 실패나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을 시뮬레이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불안 회로(편도체 등)를 계속 과부하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기분 좋은 미래를 상상하는 행위는 다르게 작동한다. 미래의 긍정적인 목표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 뇌는 즉각적으로 보상과 관련된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며, 이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직접적으로 억제한다. 쉽게 말해,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 뇌는 이미 '보상받는 상태'를 경험하며, 신경 회로에 휴식을 주고 긍정을 강화한다.
따라서 정신적인 휴식은 '평화롭고 희망찬 미래의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음미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이는 일시적인 도피가 아니라, 뇌가 스스로 평화를 선택하도록 훈련하는 능동적인 자기 주도 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훈련을 위해 뇌에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하는가? 긍정적인 미래를 붙잡기 위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뇌의 안식처(Mental Sanctuary) 구축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미래 일기(Future Journaling)' 작성: 단순히 목표를 적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이미 이루어진 미래의 하루를 현재 시제로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행동이다.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미 성공한 미래의 기분 좋은 감정(도파민)을 10초 이상 음미하며, 긍정적인 뉴런 연결을 물리적으로 강화한다.
'자연 속 몰입(Nature Immersion)' 경험: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벗어나 숲이나 바닷가 등 자연환경에 몰입하는 행위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잠잠하게 만든다. 특히 걷기나 가벼운 명상 등을 통해 '반추'를 멈추고 현재의 감각에 집중할 때,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 대신 이완을 유도하는 알파파를 생성하며 긍정적인 재충전을 시작한다.
'새로운 몰입형 취미' 개발: 복잡한 악기 연주, 코딩, 손으로 하는 정교한 작업(예: 목공, 뜨개질) 등 집중력을 요하는 새로운 취미에 몰입하는 것도 훌륭한 안식처가 된다. 이는 뇌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을 활성화하여 부정적인 생각의 간섭을 막고, 작은 성취를 통해 보상 회로를 꾸준히 자극하여 긍정적인 생각의 양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주말에 가족과 근교로 산책을 가거나, 모임에 나가서 취미 활동을 하거나, 예쁜 카페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긍정적인 상상으로 뇌의 안식처를 구축하는 좋은 예이다. 주말에는 집구석을 빠져나와서 코에 바람을 좀 넣어 보자.
미래는 단순히 시간 상 현재 다음에 오는 어떤 것이 이 아니다. 미래는 지금 현재에 있는 나의 생각을 조율하고, 부정적인 벨크로에 붙어버릴 뻔한 에너지를 끊어 내고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이끌어가는 강력한 자기장과 같다.
미래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한 사람들을 우리는 “ 비전 있다, 목표가 있다, 꿈이 있다”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되고 싶은 미래를 명확하게 정할 때, 우리의 생각은 저절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며 긍정적인 정보를 찾아 흡수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생각의 양식'을 먹는 방법이다.
유럽 방구석, 절망 속에서 '프리마돈나'를 시각화하다
한 소녀가 파리 유학 시절, 성악가의 목숨과도 같은 성대 결절 위기와 냉혹한 현실에 절망하고 있었다. 꿈은 너무나 높았고 현실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방에 붙여 놓은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라는 목표를 끈질기게 시각화했다.
단순히 목표를 보는 것을 넘어, 자신이 오르는 무대와 관객의 환호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시각화가 뇌의 긍정 회로를 끊임없이 강화하여, 긴 슬럼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장 역할을 해냈다.
바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이야기이다.
그녀의 시각화는 긍정 회로를 3일 간격이 아니라 매일매일 강화하는 능동적인 혁명이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우승컵'을 상상하며 재활하다
또 다른 한 테니스 선수는 혈전이라는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과 싸워야 했다. 신체적으로 극도의 고통과 재활의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그녀는 코트 위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녀는 수많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는 단순히 희망 사항을 넘어, 뇌가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움직임과 정신 상태를 미리 학습하고 준비하도록 만든 능동적인 자기 암시였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이다. 그녀는 자신의 뇌에 강력한 목표라는 '생각의 양식'을 주입하여 신체적 고통을 뛰어넘는 추진력을 만들어 냈다.
이들처럼 미래의 꿈을 명확히 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행위는, 잠재된 무의식까지 동원하여 우리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강력한 자석이 된다.
집구석을 나와서 코에 바람을 넣는 휴식과 정신적 평화의 결과물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크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