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각인효과
동백나무 꽃
제주에선 동백나무를 “동박낭”이라 부른다.
성산읍 시흥리 바닷가 한 돌담집 마당 한편에 자라는 동백나무!
그녀는 자기보다 더 키가 큰 주변 나무들과 돌담 때문에 바깥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아마 지금일 게다. 돌담보다 위로 자라난 동백나무는 눈을 감은 꽃 봉우리로 살다가 내가 지나가는 순간에 활짝 눈을 뜨더니 곱게 피어났다.
키큰 나무들은 동백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도록 안개를 불러다 막아보려는 순간이었다. 그 노력은 실패로 끝나고 처음 나라는 인간을 바라보는 동백꽃!
제주에 사는 나는 산은 모두 동그랗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커서 타도로 가서 산들을 보니 산이 뾰족한 것들도 있구나? 그리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호주에선가 아이들에게 산을 그리라고 했더니, 평평하게 그린 아이들도 나온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먼저 자신이 경험한 것,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이 새로운 사실을 접하기 전에는 생각을 지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백나무 또한 그랬을 것만 같다.
자신이 꽃을 피우고 꽃이 처음 바라본 사물! 그게 나이지 않는가? 그때 동백나무 꽃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 사람 미남이다. 저 사람 선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의 견해로는 자신도 나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본 것! 처음 얻은 지식! 자신은 동백나무에서 태어난 꽃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아기도 태어나 간호원 품에 안겼을 때, 간호원이 엄마처럼 느끼지 않는가? 새들도 태어날 때 어미들을 치워버리고 사람이 옆에서 돌보다 걸어가면 사람이 어미인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지 않는가? 이를 “각인효과”라고 하며..., 갓 태어난 새끼 오리들이 태어나는 순간에 처음 본 대상을, 그것이 사람이든 청소기든 상관없이 어미 오리처럼 따라 다니고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각인효과’ 실험은 노벨상을 받았을 만큼 유명하다.
동물이 그렇다면...,
동백나무 꽃 또한 그렇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 물론 실험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실험을 해본다. 돌담을 따라 걸어간다. 어? 그런데 동백꽃이 내가 걸어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음..., 돌리지 않아도 그쪽으로 미리 바라보는 꽃도 있으니 돌리지 않는 꽃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자.
그렇다면, 저쪽 골목으로 가서 숨었다. 꽃들이 바라보지 않는 곳으로..., 그래도 고개를 돌려 나를 찾아보려는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음..., 이건 왜일까? 얻은 결론! 안개가 내가 숨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강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동백나무 꽃에게는 “각인효과”가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었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설마 그러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동백나무 꽃 앞으로 다시 다가가 꽃이 바람에 흔들면 나도 몸을 흔들고 꽃이 바람에 다른 방향으로 일시 움직이면 나도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음...,
각인효과를 연구하던 연구자는 이번에는 너구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너구리가 연구자를 따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구자도 너구리의 행동을 은연중에 따라 하더라는 것이다. 이를 “상호각인효과”라고 한단다.
내가 동백나무 꽃 앞에서 행한 행동이, 다시 말하면 동백나무 꽃의 움직임을 따라한 것이 바로 “상호각인효과”라 말할 수 있는 행동이 된 것이다. 마침 나와 동백나무 꽃의 “각인효과”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없어서 그리 말을 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가 보았다.
동백나무 꽃이 바닥에 톡 떨어져 있었다. 꽃을 보니 처음 만난 나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꽃 안에 있는 암술이 꽃과 수술을 꽉 부여잡고 자신이 다른 꽃이 수술의 꽃가루로 수정을 할 때까지 다른 행동! 고개를 돌리는 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결국 수정을 하자, 자신은 열매를 만들기 위해 방해가 되는 꽃잎과 수술들을 통째로 땅바닥에 던져버린 것이다.
꽃은 본능이 각인보다 우선하는구나?
그리 생각하며 그녀를 떠났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