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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밀당을 한다? 자꾸 져주면 버릇 나빠진다.

간을 그렇게 본다...

by 크엘

아이에게 엄격한 훈육을 한다. 번아웃이 오며 강도가 심해졌고 아이는 무슨 말만 하면 화를 내는 엄마에게 마음을 빗장문을 걸어 잠갔다. 어린것이 얼마나 속상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했으면 입을 닫았을까...

그래서 놀이치료를 다니고 상담선생님과 상담을 거쳐 친절하게 말하고 화를 전혀 내지 않는 방향으로 부모가 행동교정을 진행했다. 답답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아이이기에 반응이 느리거나 여러 번 이야기해야 한다고 열심히 이해하려 노력했더니 6개월가량 지난 시점이 되자 웃는 얼굴도 많이 보여주고 오늘 하루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어떤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셨는지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부쩍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침에 일찍 등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징징이가 다시 등장했다. 친구들 부모님은 그렇게 일찍 등원시키지도 않고 늦게 데려가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아직 시계 보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인지 친구들이 귀가하는 걸 보고 대체적으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것인지 감으로 아는 듯했다. 늦게 데리러 가자 눈물범벅이 되고 집에 가는 길 내내 징징이가 또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그리고 다시 만나는 시점부터 징징이 타임이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계속 친절하게 설명만 하던 모습은 집어넣고 단호한 모습으로 설명한다.


엄마! 주말에는 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티비도 보고 그러는 거야?

주중에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린이집 잘 가고, 아침에도 저녁에도 울지 않고 웃는 모습으로 헤어지고 만나는 걸 잘했다고 맛있는 것도 먹는 거지.

(그런 거군 이란 표정)


나 티비 보고 싶어! 티비 틀어~~!!

어디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소리 지르면 안 돼. 차분하게 이야기해야지! 티브이 틀어 주세요~라고. 그리고 한글 공부를 매일 해야 티브이도 볼 수 있는 거야!

공부하는 거 싫어!

공부는 다른 게 아냐. 이미 매일 하고 있어. 오늘 밥 먹으면서 수저, 포크를 써보고 더 잘 쓰게 되는 것도 공부야. 조금씩 매일 해서 잘하게 되는 것.


이렇게 여러 번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첫째에게 이야기했다.

얘야, 엄마가 친절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들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우리 집은 엄마 아빠가 모두 일을 하는 집이야. 원래도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네가 울어도 엄마는 해야 하는 일을 할 거야. 앞으로 어린이집에서 웃으면서 헤어지고 만나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간보는 우리 아이에게 바운더리를 설정해주는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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