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인문 건축 기행

백희성, 유현준

by 선물

건축가가 감동적인 집을 짓기 위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바로 자연, 그중에서도 햇빛이다. 햇빛은 환히 비춘다는 점에서 성스러움과 놀라움, 들뜬 감동을 선사한다. 거기다 계절별로, 시간별로 다른 색과 분위기를 낸다. 아침과 저녁의 햇빛이 다르고 여름과 겨울의 해의 위치가 다르다.

그러니 건축가들은 어느 햇빛을 이용할 지 선택해야 한다. 아침이 아름다운 집을 지을 것인지, 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지을 것인지. 해가 긴 지역에서는 어떻게 햇빛을 절제할 것인지, 해가 짧은 지역에서는 어떻게 햇빛을 최대한 품을 것인지.


<빛이 이끄는 곳으로>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햇빛의 특성을 이용한 장면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4월 15일이라는 날짜를 강조하기 위해 그 날짜의 햇빛만 들어올 수 있는 긴 복도를 집 안에 만들었다. 4월 15일이 되면 특정 위치에서 돋아난 해가 복도를 따라 방까지 들어오게 되고, 그 방 안에서 거울을 만나 수십갈래로 반사되며 빛의 마법을 부린다. 4월 15일은 그 집을 지은 건축가에게 찬란하게 아름다운 날이었던 것이다.


<인문 건축 기행>에서도 이처럼 햇빛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물이 등장한다.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이라는 성당은 끝이 잘린 원뿔 모양이다. 위로 긴 동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잘린 부분에서 수직으로 태양빛이 떨어지는데 사람들은 바닥에 고인 빛의 근원을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한껏 위로 젖히게 된다.

상상해 보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 사람들의 정수리 위로 정오의 투명한 햇빛이 쏟아지고, 모두들 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한 줄기 빛만으로 성스러움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빛이 닿지 않는 성당의 벽면은 어두운 콘크리트다. 콘크리트 사이사이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는데, 구멍마다 투명한 유리 구슬이 알알이 박혀 있다. 햇빛이 유리 구슬로 된 창문을 통과하면 칠흑같은 벽면에 은하수가 펼쳐진다. 낮에만 볼 수 있는 밤하늘이다. 낭만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에 나오는 집도, <인문 건축 기행>에 나오는 성당도 모두 사람을 위한 건축물이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곳, 기도하는 곳이라는 목적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그 성당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감동을 느끼게 한다. 그럴 때 건축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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