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정원은 생각보다 더 오래 나를 가두었다.
처음에는 그저 환상통이었다.
달콤한 빵 냄새와, 레이스 드레스,
그리고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당신'을 기다리는 그 감정의 조각들이 도리어 나를 아프게 했다.
시간이 흐르고 몇 번의 계절이 흘렀는지 가물해질 때쯤,
나의 정원에 낙엽이 쌓이고 비가 내렸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혼잣말처럼 꺼내던 이름 없는 이야기들에 조금씩 색이 바래졌다.
684일.
매일같이 그 정원을 거닐며,
나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수없이 물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지나쳐버린 누군가였을까.
때론, 과거의 내가 되어 닿을 수 없는 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나는 여전히 여럿이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이 이 정원에 도착하겠지.
684일은 그저 그리움만으로 채우기엔 긴 시간이지만,
끝내 당신이 내게 온다면 그 모든 날들이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나의 기억의 정원 어느 한편에, 당신의 자리를 남겨두었다는 것을 기억해 줘.
그러니 부디, 너무 애타게는 말고, 그저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계절을 건너 내게로 와 줘.
나는 그날까지,
기억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