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덥다는 소리를 하고 싶다

어서 덥다는 소리를 하고 싶다.

by 세진

다들 어떤 날씨를 가장 좋아할까.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운 날씨를 더욱 선호하는 거 같다. 내 친구만 해도 그렇다. 내 친구는 여름이 땀을 많이 흘리게 돼서 싫다고 했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도 땀 때문에, 더운 날씨 때문에 차라리 겨울이 낫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겨울이 너무나 싫다.


사실 겨울을 싫어하는 까닭은 아주 많다. 우선적으로, 추운 건 너무 공허하다. 눈이 내리지 않으면 허허벌판인 거리가 너무나 싫다. 나뭇잎도 전혀 없이 비어 있는 나무를 보면 내 삶이 멈춘 것만 같아서. 또 -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이다. 겨울 같이 추운 날씨일 때는 언제나 감기약과 함께였다.


대한민국의 계절에서 봄과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과 여름만 남게 되는 거 같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날씨가 여름도 아닌 대부분이 겨울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아쉽다. 벌써 4월인데도 여전히 춥다 - 춥다만 외치고 지냈다. 대체 난 언제까지 춥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될까. 언제까지 감기약을 먹어야 되고, 언제까지 옷을 따뜻하게 입고 지내야 되는걸까. 대체 반팔이라는 옷을 입을 수나 있는 걸까. 외투 없이 다닐 수나 있는걸까. 추위가 지속 되면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나 했던가. 실제로 그러했다. 이제는 덥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더워서 땀이 흐르는 것도. 더워서 갈증이 나는 것도 어떤 것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날씨에 - 내가 그리워하고 품에 안고 싶은 여름은 손에 잡힐 듯 말듯 헤아리기도 어려워졌다. 가끔 여름인 외국의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부러웠다. 나도 저런 더위 속에 있어도 되는데. 저런 더위 속에서. 그렇게 헤아릴 때면 내가 입고 있는 겨울 잠옷이 더욱 도드라졌다.


이제는 겨울을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 여전히 겨울 같은 날씨이기에. 대체 몇개월째 겨울 날씨인지 세어보았다. 대략적으로 나는 11월부터 추웠으니.

11월 12월 1월 2월 3월 4월 ...... 1년이 12개월인데. 어떻게 절반이나 추운 날씨로 살아야 되었던 걸까. 심지어 내 체감상 진짜 더웠다고 생각하는 여름은 7월 8월 9월밖에 없으니. 3-4개월만 내가 사랑하는 여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5월은 봄 날씨, 6월은 이제 봄도 여름도 아닌 계절. 그렇게 7 8 9월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세아리고 헤아려보니 여름은 3개월. 겨울은 6개월인 아이러니한 한국에 살고 있다.


추운 날씨가 지속 되고 있다. 아. 이제 그만 추우면 좋을텐데. 이제는 외투 없이 긴팔만 입고 싶다. 햇빛에 찌는 더위 속에서 하염 없이 걷고 싶다. 겨울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6개월의 추위를 견뎌야지만 고작 3개월의 여름을 가질 수 있었다.


3개월이기에 더욱 짧은 나의 여름. 그렇기에 더욱 헤아리게 되는 추운 날씨들. 이제는 벗어나서 - 덥다고 하염없이 외치고 싶다.


이제는 추위에서 벗어나 더위로 가고 싶다.


오늘도 나는 감기약을 먹는다. 여름일 때는 잘 먹지도 않는 감기약을 몇개월째 먹으며.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는 여름을 헤아려보며.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