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픔을 미리 예방할 것

거칠게 갈라진 피부 속, 새어나오는 피.

by 세진

핸드크림

- 거칠게 갈라진 피부 속 상처


이 시는 제가 편입한 대학에서 실습 과제로 제출하라고 해서 적은 시입니다.

사실 수필을 시로 바꾼 거 같지만...

산문시처럼 바꿔보았어요.

실습용은 조금 더 축약된 버전인데,

괜찮은 글인 거 같아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손을 자주 씻으니

손등이 거칠어진다.


럴 때면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이

생각나서 핸드크림을 꺼내 바른다.


어린 시절,

손등이 거칠어지는 것을 무시하고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 있던 베이비파우더의 향 핸드크림이 싫어서,

향 말고도 핸드크림의 촉감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바르지 않았다.


는, 그렇게 몇 번이나

건조하다는 피부의 신호를 무시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손등이 심하게 건조하여

손을 살펴보니 피부가 거칠게 갈라져서

손등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갈라지는 피부에서 나오는 짙은 피.


건조함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손을 씻으니

손등의 상처가 난 것.


그제서야 핸드크림을 듬뿍 짜서 손등에 올려놓았다

만질수록 상처가 도드라지고 따가웠다.

피가 더욱 드러났다.


그럼에도 울음을 참으면서 핸드크림을 발랐다.


흡수되라, 흡수되라.

나아라, 나아라.


그 때 베이비 파우더의 향 핸드크림은

나에게 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스며드는 핸드크림을 보며

상처가 나아지리라 믿었.

내가 바르지 않아서 상처가 난 거니까,

상처난 곳에 바르면 금방 나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나아지긴 하였다.

엄청난 쓰라림과 함께.



지금도 핸드크림을 볼 때면

그때 일이 문득 떠오른다.

짙게 새어나오던 피.

상처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상처가 나기 전에 미리 예방할 것.

조금만 건조해지더라도, 바르면서 예방할 것.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크림을 손등에 바른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피하지 말아야지.


아직도 촉감이 불편한 핸드크림을 쓱쓱 바르며,

나의 상처를 예방해본다.


놓여 있는 핸드크림을 보며,

그때 아파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글쎄,

왜 그리 싫어했을까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오늘따라,

거칠게 갈라져 있던 나의 손등이

더욱 생각날 뿐이었다.


이제는, 그때처럼 아프지 않으려고.

그렇게 다짐하고 싶어서 생각이 난 거겠지.


그런거겠지.

그치?


아무 대답 없는 핸드크림.

오늘도 핸드크림을 바르며,

상처를 떠올리며,

그렇게 살아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프면 잠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