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나의 속도를 다시 조절한다

by ssunm t


자전거를 타다 턱을 다쳤다.

팔꿈치도 무릎도 아니고

턱이라니..

다친 부위를 보고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며칠 뒤엔

운전 중 차선을 헷갈려 사고가 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한눈을 판 것도 아닌데..

순전히 잘못으로 인해 난 사고라는 사실이

한참 뒤에야 실감 났다.


돌아보니

순발력도

판단력도

예전만 못하다.


젊을 땐 넘어지면 일어나면 됐고,

헷갈리면 잠깐 멈추면 됐는데

요즘은

넘어지는 것도 다치는 것도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몸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제 좀 속도를 줄이라고.

예전처럼 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운전 중 문득 떠오른 문장을

휴대폰에 정리하곤 했다.

정체 구간이나 신호대기 중엔

GPT에게 생각을 건네며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땐 내 안에 에너지가 꽉 차 있었고

움직임이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멈춰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속도를 줄이는 건 포기가 아니라

지혜라는 걸

몸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예전 같지 않다.

단어가 헷갈릴 때도 많고,

사람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이 모든 변화가

조용히 나이 들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쯤에서 문득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젠 나보다 큰 키로 말을 건네고,

제 갈 길을 또박또박 걷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나도 나이 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삶을 존중하면서

내 삶의 속도도 다시 조절해야 할 때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놓치지도 않도록.


앞으로는 운전 중엔 운전에만 집중하고,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도 외면하지 않으며,

삶의 방향을 조용히 다시 잡아갈 생각이다.


조금은 느려도 좋다.

지금의 나는

이 속도로 충분히 괜찮다.


아이들이 자라듯,

나도 그렇게

변화를 배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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