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직무교육을 들으러 갔다.
20대 여자분 한 명이 피곤한 얼굴로 들어와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엎드리더니 오전 내내 잠을 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저분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주중에 회사가 바빴나 보네..”
순간 멈칫했다.
나는 방금 전까지 ‘토요일 수업도 있는데 불금을 즐겼나? 한 주만 좀 참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나는 피곤한 이유로 ‘불금’을 먼저 떠올렸을까?
왜 힘들어서 쉬고 싶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게 나의 습관인 것 같다.
큰아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또 잃어버렸구나... 쯧...’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아들에게 물어보면 “당근으로 팔았어.”라고 답하지만,
‘진짜? 그럼 돈은?’ 하고 미심쩍어한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나는 왜 의심이 먼저일까?
살면서 여러 번 ‘내가 너무 경계하고 사는 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곧바로 ‘그게 나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의심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해결하고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인관계에서는 쉽지 않다. 의심이 먼저 나가면 신뢰는 뒤로 밀린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나 또한 불안해진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 키가
“우리 아버지는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도 건너지 않는 분이에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 말을 듣던 딸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웃음의 이유가 나인 것 같았다.
나도 그런가? 그 정도는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의심은 ‘습관’이다.
오랫동안 의심하면서 살아왔고, 그 덕분에 큰 문제를 피한 적도 많다.
그래서 의심하는 나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 습관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벽을 만든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의심과 걱정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불신을 먼저 배우게 하는 건 아닐까?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도 건너지 않는 사람이 또 한 명 생기는 건 아닐까?
의심이 나쁜 걸까, 아니면 필요한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의심이 삶을 무겁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 무의식 중에 경계를 먼저 세우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제는 의심이 먼저 떠오를 때 잠시 멈추려고 한다.
‘이게 진짜 사실일까?’ 라기보다는,
‘이 생각이 정말 필요한 걸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심이 내 불안을 가리기 위한 건 아닌지,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못해서 생기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언젠가 의심이 먼저가 아닌, 신뢰가 먼저인 내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제 자꾸 마음속으로 자꾸 되뇌어 보려고 한다.
'아~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