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 배에 작가라는 선원이 탔다

by sommeil


브런치 크루즈에 올라탄 지 벌써 1달 반이 지났다.


아직 배 선미에 어색하게 서서 구독자와 라이킷이 많은 터줏대감 선원들을 멀찍이 바라본다.

그들은 댓글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줌으로 독서 미팅을 갖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나름의 브런치 고유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난 언제쯤 저런 주류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 필명으로 서로 부르며 친분을 쌓아가고

어떤 선원은 당분간 인풋의 시간을 갖기 위해 휴식을 선언하고

다른 선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독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나는 어느 누구 아는 선원 없이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선미에서

꾸준히 글쓰기라는 청소를 한다.


가끔씩 지나치는 주류 선원들의 라이킷이란 관심을

받으면서

묵묵히 나의 글을 쓴다.


다른 항구에서 탄(외국에 사는) 나는 같은 크루즈를 탄 선장님과 항해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

글 쓰는 방법도 알려주고 각양각색의 사연들로

서로의 글을 공유한다.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제2의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라이킷 알림이 나를 반긴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구독자가 많고 줌미팅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그분은

선장과 같다.

그를 따르는 1등, 2등, 3등 항해사들이 앞다투어 좋은 문구로 댓글을 단다.

그들은 갑판 위에서 서로 칭찬과 감사의 말을 나눈다.



아직 갑판 중앙에 가보지 못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갑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미(배 꼬리)는 벗어날 수 있겠지.

대단한 선장님과 다른 많은 1,2,3등 항해사들.

글을 쓰면 쓸수록 그들이 대단해 보인다.

몇 년을 꾸준히.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 항해사님들.

나도 언젠가 3등 항해사가 될 날 있겠지란 마음으로

오늘도 노트북을 열었다.


항해사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영감이 떠오르고

글감을 찾는다.

막상 독자를 위한 글을 쓴다고 했는데 이 항해는

언제까지라는 기한은 따로 없다.

글감도 기한도 나라는 선원이 정한다.


열심히 글 써서 나도 라이킷 많이 받고

구독자도 많이 늘고 노란 딱지도 받고 댓글도 달리는

그런 선원이 되고 싶다.




멋모르고 오른 '브런치'라는 크루즈에서

이제 겨우 익숙해진 평범한 선원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갑판 중앙으로 향한다.

해외 사는 외로움, 공허함을 달래주는 브런치 크루즈는

나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선장님, 항해사님들과 언젠가 치얼스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