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삼각대를 찾아서 (2)

허울뿐인 리서치를 넘어서

by 사싶


처음에는 리서치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맞팔한 인플루언서들만 해도 수백 명, 그들의 피드와 스토리를 보면 “어디 장소 협찬 및 광고 들어왔는데, 같이 갈 사람” 등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스토리로 투표를 올려서 인플루언서들의 니즈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지역에서 서로 사진만 찍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 실질적인 필요로 존재하는가?


그러나 이내 깨달았다.

이러한 리서치는 단지 지원 사업에서 나의 아이템을 설명하거나, 졸업 전시에서 교수님을 설득하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니즈를 확인해왔다.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찾는 사람들


어느 날, 스레드에서 한 자영업자의 글을 보았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젊은 남성이었고, “촬영이 너무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촬영을 도와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내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미 겪고 있는 불편함이라는 것.


검색해보니 더 확실해졌다. 단순히 “서로 사진 찍어줄 사람”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인터넷에는 같은 고민을 담은 글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한 장이 필요했고, 누군가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싶어 했다.나는 이미 충분한 수요를 목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고객’이라는 점이 가장 확실한 근거였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허울뿐인 리서치는 더이상 의미 없다.

이제는 실행할 때다.




UX/UI부터 만들 것인가?


나는 디자인 전공자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UX/UI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기술적인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나는 실제 창업을 하고 있는 앱 개발자 애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의 첫 마디는 단순하지만 뼈아팠다.


“유저를 어떻게 모을 건데?”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다. 나는 인플루언서 친구도 없고, 심지어 친구도 많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을 이 서비스에 유입시키고, 사용하게 만들 것인가?


단순한 광고는 의미 없다. 나 역시 광고성 콘텐츠는 잘 보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 커뮤니티로 유입할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유입 전략: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단순한 앱 홍보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몇 가지 방향을 떠올렸다.


1. “내가 찍을 때 vs 남이 찍어줄 때” 비교 콘텐츠

삼각대로 찍었을 때의 한계 vs 사람이 찍어줬을 때의 차이를 보여주기

사진 구도, 감성, 자연스러움의 차이를 강조

2. “왜 한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해야 하는가?”

외국에서 사진을 부탁했을 때 나오는 허접한 결과물 vs 한국인이 찍어줬을 때의 미적 감각

결국, 사진은 감각이 있는 사람이 찍어줘야 한다는 메시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당근마켓과 에브리타임, 첫 커뮤니티 실험


나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지역의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다.


“사진에 관심 있는 인스타충을 구합니다.”


나는 이렇게 직설적인 문구로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그리고 단 3시간 만에 10명 정도가 모였다.

나는 그들에게 오픈채팅방 링크를 공유했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커뮤니티의 난제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대부분 남성이었다. 이것도 의외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진을 찍는 목적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단순히 사진을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찍어주는 걸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내일 만나서 찍어줄까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이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형태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까?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 읽은 브런치 글이 떠올랐다.


“0에서 유입을 만들려면, 당근에서 모집한 초기 멤버들은 생각보다 목적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내 상황이 정확히 그랬다. 단순히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질적인 서비스 유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목적의 불일치


에브리타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남성이 지원했다. “카페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로 남자가 모였다는 말에 결국 흐지부지됐다. 관심사가 같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이 서비스의 유저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더 고려해야 했다. 이 지역은 사이비 집단이 많다. 모임을 형성할 때, 일정 비율로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관심사가 같은 여성을 딱 한 명 확보했지만, 나 역시 이 지역의 특성을 잘 알기에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목적성이 확실한 사람들이 모여야 커뮤니티가 의미를 가진다.


이제,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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