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간소음 (1)
설을 쇠고 왔다. 상행선 기차 속 온갖 인파에 치여 피곤하다. 집에 도착하니 반기는 방전된 도어록을 응급처치로 해결했다. 피곤하다. 혹시나 했건만 윗집 할아버지네에 손자가 또 놀러 왔다. 한창 집에서 뛰어다닐 때지, 더 피곤하다.
참다가 앨리와 함께 올라가 윗집 벨을 누른다.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은 작년 가을이었던가. 할아버지의 딸, 그러니까 망아지의 엄마가 나온다. 적당한 목소리 크기와 톤으로 조심스럽게 대화가 오간다. 적당하지 않은 할아버지가 나오기까지는.
"아니, 설인데 좀 참지. 좀 뛰고 하면 안돼요?! 설인데-"
괴물의 첫마디였다. 순간 띵 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대꾸에, '설=뛰는 날'이라는 오랜 전통을 내가 모르고 있었던 줄. 아니요, 댁의 그 망아지는 설에만 뛰는 게 아닌데요.. 그럼 설에만 뛰게 하시던가요. 멍 때리는데 2차, 3차 공격을 이어간다.
"한 달에 한 번씩 올라와 사람을 못 살게 구네", "X발-, X발 아니-", "X발 뭐?", "너네 방 빼. 내가 X발 야 너네-"
그의 일방적인 퍼부음 사이에 나는 한마디 했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지금 2번째 왔는데, 무슨 한 달에 한 번이-"
욕쟁이 아저씨는 욕을 쏟아내면서도 몽둥이를 찾으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가족들한테 막혀서 못 나왔거든. 그 와중에도 물론 아저씨의 X발은 문을 넘어 앨리와 나에게, 그리고 앞서 나온 그 집 딸들에게 닿았다. 그의 딸들에게라도 못한 말을 남기고 싶었다. 머리가 멍했지만, 뭐라도.
지쳐 보이는 그의 딸들도 딱 둘이다. 앨리와 나도 둘이다.
지친 얼굴을 보면 둘과 둘이 아니라, 그냥 같은 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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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와 앨리는 한 집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한 집에서 살아요. 많은 일상을 공유해 왔고, 지금도 공유하고 있어요. 그 일상에서 촉발된 다르고 같은 생각들을 조각글과 그림으로 나눠가려 해요. 피식 웃거나, 잠깐 공감하고 지나가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