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볼리비아로 간다. 체 게바라가 바람이 된 곳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으로 이끈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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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를 다시 만나다.


잊었었다. 까맣게 잊었었다.

그의 다정한 얼굴을 다시 만난 건 공교롭게도 아프리카였다.

한 10여젼 전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다. 거리엔 그의 초상들이 흔하다. 포스터이고 벽화이고 가리지 않는다. 미팅을 위하여 정부 중앙부처 청사에 들어서면 청사의 복도에도, 거기 근무하는 공무원의 책상 앞에도 그의 사진이 있다.


체 게바라. 그는 분명히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못살고, 박해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사라지지 않는 비상구이다.





금서를 다시 읽다.


귀국해서 서점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샀다.

오랜만에 다시 그 책을 읽었다.


그땐 그 책이 금서였다. 국가는 나에게 그 책을 읽지 말라고 명령했다.

다시 그 책을 읽는다. 오래전 감동이 되살아난다. 또 심장은 요동을 친다.





쿠바에 가다.


그리고 쿠바에 갈 기회가 생겼다.

아바나 구 시가지 골목길의 허름한 3층 건물 혁명기념관을 갔다.

거기서 카스트로와 나란히 서있는 그를 보았다.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성공한 혁명이다. 그 승리의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





대체적으로 혁명은 권력지향적이다.


사회는 변증 하지 않는다. 대개 성공한 혁명은 권력이 된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그 권력도 부패한다. 그래서 혁명은 또 다른 혁명을 부른다.


아프리카나 동유럽이나 대체적으로 그렇다. 그것이 사회주의 혁명이든. 민주주의 혁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혁명이란 권력의 교체를 말한다. 혁명은 기존의 권력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권력을 차지하는 과정이다.


혁명가는 사회의 변혁을 말한다. 하지만 그 포장지를 뜯으면 상자 안에는 권력과 지배가 들어 있다. 민중을 향해 당신들을 위한 혁명이라고 말 하지만 그 말을 번역하면 내가 당신들의 새로운 권력이 되고 싶다는 표현이다.






그게 권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유하다.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요즘 우리 현실로 치자면 아쉬울것 없는 금수저이다. 의사이다. 그것도 의학박사다. 모든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호칭인 의사 선생님. 교수님이다.


그는 일신상의 안락함과 풍요로움 그리고 보장된 미래를 버린다.

그리고 탈출의 방법이라고는 혁명밖에 없는, 억압과 착취에 신음하는 이웃들을 위하여 수술용 칼 대신에 사람을 죽이는 칼을 손에 쥔다.


혁명이 성공한다. 권력자가 된다. 인민을 지배한다. 모든 혁명가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현실로 치자면, 창업을 한다. 그리고 사업이 번창하여 법인을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소위 대박이 난다. 모두가 꿈꾸는 미래이다. 그 미래를 가졌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떠난다. 빈손으로 떠난다. 고난의 길이고 죽음의 길이다. 개척의 길이고 탐험의 길이다.

그리고 볼리비아 높은 산속에서 그는 바람이 된다.






바보인가. 낭만주의자인가. 아니면 순수함인가.


세상 사람이 모두 체 게바라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인류 가운데 한 명쯤은 그런 사람이 있어도 좋을 듯하다.


내 아이들이 체 게바라가 된다고 하면 나는 정말 눈물로 호소할 것이다. 그 길을 가지 말 것을 권할 것이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 그런 사람이 한 명 정도 있음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나에게 심한 자극제가 된다.

나는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나는 볼리비아로 간다.


체게바라가 갔던 길이다. 위장여권을 손에 들고 그가 갔던 곳으로 나도 간다

나는 늙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명은 이제 틀렸다. 너무 늦었다. 그러나 꿈을 꾼다. 볼리비아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으로 이끈다'.

그가 남긴 말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게 혁명이라면, 나도 그런 혁명을 꿈꾼다.

내 안의 혁명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젊어서는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생각도 못했다. 이제 황혼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에 감사하며, 나도 혁명을 할 수는 없을까.


볼리비아에 가면. 그 산 등성이를 따라 부는 바람을 맞고 서 있으면 나도 그 미완의 혁명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이기심과 욕심으로 가득 찬 나의 영혼에도 혁명보다 사랑이 먼저라던 그 음성이 들리기는 할 것인가.


나는 이제 볼리비아로 간다.










12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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