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 만난 첫번째 볼리비아 사람

볼리비아는 가난하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못 살지는 않는다. 잘 산다.

by B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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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 내리다.


마침내 볼리비아이다. 페루를 떠나 여기에 왔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이다.


공항은 엘알토에 있다. 수도 라파즈의 위성도시이다. 해발 4,000미터가 넘는다. 세계에서 수도를 연결하는 공항 중에 가장 높다.


하지만 고산병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미 페루에서 고생하며 고산지역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에 위도는 더 높지만 볼리비아는 고산도 즐길 만하다.

공항에 내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볼리비아에서 만난 첫 번째 볼리비아 사람.


공항에서 시내까지 케이블카가 다닌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철도는 없다.

나는 택시를 탔다. 80볼에 합의했다.


공항과 마을은 그리 멀지 않다.

공항을 나오면 바로 도시이다. 도시는 높다. 나무 없는 골짜기를 따라서 집들이 빼곡하다.

그 위를 쉬지 않고 케이블카가 다닌다.


참 볼리비아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4,000미터이면 키 큰 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는다. 나는 중앙아시아 고원 또는 고산지대를 많이 여행했다. 해발 3,000미터가 넘으면 사람들이 일 년 내내 거기서 살기엔 그리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도 여기에 이렇게 큰 도시를 만들었다.


만일 라파즈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상상해 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라파즈는 아마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황토색의 산악이었을 것이다. 이 척박한 곳을 사람들은 개발하고 가꾸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공항을 벗어난 택시는 황토색 산과 집들이 있는 언덕을 내려온다.

그리고 한참을 달린다.

나그네는 새로운 도시가 늘 불안하다. 특히 라파즈는 치안이 불안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라파즈 시내에 진입한다.

도시는 엉망이다. 빈민스럽다. 가난이 길가에 굴러다닌다. 깔끔이나 세련은 없다.

나그네는 두렵다.

이 도시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온 늙은 여행자를 환영하고 보듬어 줄 것 같지 않다.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택시기사. 그는 내가 볼리비아에서 만난 첫 번째 볼리비아사람이다. 그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는

혼돈과 무질서를 헤치고 호텔 앞에 도착했다.




그 볼리비아 사람이 나에게 남긴 것.


나는 택시 기사에게 100 볼짜리 지폐를 주었다. 공항에서 환전을 했고, 잔돈을 달라고 했는데 없다고 거부당했고, 그래서 나는 100 볼 우리 돈으로 2만 원짜리 지폐 밖에 없었다. 100 볼을 주었다.

택시 기사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20 볼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안다. 이건 상투적인 수법이다. 동남아에서, 중동에서, 아프리카에서 나는 무수한 택시 기사들에게 이런 숫법으로 잔돈을 뜯겼다. 거스름돈이 없다는 그 의미를 나는 안다.


택시기사는 호텔 프런트에 가서는 무언가 이야기를 한다. 아마 잔돈을 바꾸어 달라고 한 것 같다.

그리고는 떠났다. 나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몸짓을 하고는 차를 몰고 호텔에서 사라져 갔다.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호텔 규칙과 사용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호텔 열쇠를 건네받았다.

호텔 종업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그 택시기사는 돌아올 것인가.

호텔 종업원은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는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그는 택시를 몰고 떠났다고.

호텔 종업원은 온다고, 내기해도 좋다고, 여긴 볼리비아라고.


내가 호텔 종업원과 농담을 하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다. 가방을 끌고 엘리베이터로 가는데 호텔 로비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돌아보니 그 사람이다. 택시기사이다. 내가 볼리비아에서 처음 만난 볼리비아 사람이다.


덤덤하게 20 볼 지폐를 건넨다. 20 볼리비아노 볼리비아 지폐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우리 돈 4000원이다. 볼리비아에서는 그보다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는 호텔 종업원과 내기에서 졌다. 택시 기사는 돌아왔다. 나의 거스름돈도 돌아왔다.

가지라고, 팁이라고. 볼리비아는 팀이 없다. 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는 거절한다.





가난하지만 못 살진 않는다.


볼리비아는 공개된 수치상으로

남미에서 가장 가난하다. 가장 치안이 나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볼리비아. 라파즈 치안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난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보면, 근거는 없다. 누가 치안이 나쁘다고 하니까. 그 정보를 객관적 확인 없이 인용하고, 그 인용한 것을 또 인용해서 마치 그것이 사실처럼 퍼진다.

난 한참을 볼리비아 치안이 나쁜 객관적 근거를 찾기 위한 검색을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 사례는 유튜브에 올라온 2011년 택시강도 사례 등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난한 건 맞다. 그러나 사람들이 못됐다는 정보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볼리비아에서 라파즈와 우유니 그것도 일주일의 경험 밖에 없다. 내가 볼리비아의 경제와 치안을 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에서의 내 경험으로 국한하자면 나는 볼리비아처럼 다정하고 안전한 곳을 보지 못했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남미는 잘 산다. 우리보다 잘 산다.


우리는 더 했다. 우리 소득이 볼리비아 정도일 때 우리는 더 했다.

밤에는 좀도둑이 담을 넘고, 골목에서 술 취한 사람 벽돌로 뒤통수치고 지갑 빼았어 가고, 버스에는 소매치기가 지하철에는 치한들이 넘쳐났었다. 지금 볼리비아와는 비교가 안 된다. 우린 그때 더 했다. 불과 20녀년 전일 뿐이다.


그런 게 좀 있다. 가난하고, 학벌이 빛나지 않고, 세련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

불행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렇다. 힘이 없어 보이면 막 누른다. 약자라고 셍각되면 책임못질 막말을 한다.


볼리비아는 가난하다. 남미에서 가장 가난하다. 하지만 못 살지는 않는다. 잘 산다. 우리보다 잘 산다.

사람들은 따뜻하다. 나름대로 규율이 있고 상식이 있다.

비록 돈을 쓰러 오는 관광객이지만 그들을 무시할 만큼의 자존심도 있다.


비록 부자가 아니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남미가 나에게 준 큰 선물들 가운데 하나이다.

난 그렇게 미안한 마음으로

남미 나라. 이번 여행 세 번째 방문국인 볼리비아에 첫날을 보냈다.







13 Few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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