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시절, 기대했던 승진을 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가 지자체로 옮겨온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처음부터 지자체에서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뒤에야,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짐작했지만 그 당시에는 일종의 '텃세'라고 여겼던 것이다. 일반 직원에서 초급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 낙담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만 집중했다. 마치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내가 근무하는 팀은 출입구 근처에 있는데, 평소에 얼굴 정도만 아는 동료가 문서를 작성하는 내 옆을 스치듯 지나쳤다. 그는 내가 속해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승진하면서 다른 부서로 갔다. 나는 그가 간 이후 부서로 오게 되어, 우리는 서로 대화조차 나눈 적 없는 사이였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팀에 일이 있어 우리 부서에 들렀던 모양이다. 그는 내 옆을 지나치면서 들릴 듯 말 듯 말했다.
“힘내요.”
그 짧은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 당시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로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무도 내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료는 내가 느끼는 무거움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사람은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위로를 받는다. 가까운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별다른 인연이 없던 사람이 건넨 짧은 말 한마디가 오랜 시간 마음에 남을 줄은 몰랐다. 그 이후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 놓이면 조용히 말해주곤 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떠올릴 때가 있다. 특히 힘든 날이면, 그 동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위로는 잊히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작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그때 배웠다. 앞으로도 누군가 힘든 기색을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말해주려 한다.
“힘내요.”
어쩌면 그 말이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으로 남아, 언젠가 힘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