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아이를 위해
민감한 것은 절대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바람직한'점을 곧 발견하게 될 겁니다."
- 주디스 올로프 『나는 초민감자입니다』중에서
책 속에 한 줄이 오늘 아침 둘째(2솔이)를 생각나게 했다. 학교를 다녀온 저녁, 학교를 가야 하는 아침, 우리 집에서는 작은 전쟁이 시작된다. 2솔이의 예민함으로 눈치를 보다가 참다못한 누군가와 부딪치면 아침부터 잎이 쭈욱 나온 채로 학교에 가는 2솔이.
"2솔아 좀 여유를 가져봐.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나의 말은 2솔이가 가진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고쳐주어야 하는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었다. 어른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면 자신의 기질이 '고쳐야 할' 좋지 않은 기질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 된다.
초민감자는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에요.
민감성이라는 재능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사람이죠.
2솔이는 타인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아이다. 표정과 눈빛, 말투 하나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도 많다. 나를 닮은 딸을 보면 왜 그런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받아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처음엔 '왜 2솔이는 감정이 예민할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민감하다는 것은 고쳐야 하는 성격이 아니라 인정받고 재능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100명의 아이가 있다면 100명은 모두 고유한 기질을 가졌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판단되고,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단지 그 고유한 기질이 균형 잡히고 자율적이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으면 된다.
초민감자는 세상을 더 깊이, 더 섬세하게 느낀다.
그날 저녁도 피곤해하는 2솔이를 꼬셔서 단둘이 마을 산책을 나섰다. 마을 산책 길은 개구리 소리, 새소리, 기차 소리, 바람소리가 늘 함께 한다. 그런 시골의 소리를 들으면 예민했던 감정들은 천천히 가라앉아 평화로워진다. 2솔이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잎을 한 장씩 떼며 조용히 말했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나도 따라 해 본다. "사랑한다...사랑하지 않는다...사랑한다..."
도시에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시골의 조용한 길, 거리에 핀 꽃, 드문 차량, 고요한 바람, 아름다운 새소리, 보리수 열매… 이 모든 것이 2솔이에게는 쉼이 되고 위로가 되는 듯했다.
사람이 많은 복잡한 공간보다, 느리고 조용한 풍경 속에서 2솔이는 숨을 고른다. 주택살이는 이런 아이에게 큰 선물이다. 아래 위층의 소음에서 자유롭고, 아이가 내는 소음에 주의를 주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마당에 뛰어나가 흙을 밟을 수 있고, 나무에 이름 붙이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빠와 손잡고 동네를 산책할 수 있는 삶. 그게 2솔이에게는 치유였고, 나에게는 선물이었다.
"아빠, 오늘은 좋아한다로 끝났어."
아이의 목소리가 잎보다 더 가볍게 떨어진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사랑한다로 끝났어."
우리는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산책을 했다.
그날 저녁, 아이는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운 얼굴로 잠이 들었다. 내일은 다시 예민한 아이로 돌아가겠지만, 이렇게 자연을 걸으며 오늘을 위로받는다. 감정이 복잡한 날엔 그렇게 걷고, 말하고, 잎을 떼며 마음을 비워내는 것 같다. 민감한 아이의 감정은 종종 예민함으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읽어주고, 조용히 함께 있어주면 그 아이는 세상 누구보다도 따뜻한 아이가 된다.
오늘도 나는 그 따뜻함을 배운다. 그리고 다짐한다.
말보다 함께 걷는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