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아빠는 동화작가 지망생

by 솔솔솔파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기 전에 그림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들이 조금 커서는 내가 먼저 동화를 읽고 줄거리를 기억한 후 불을 모두 끄고 누워서 동화를 들려주었다. 동화를 들은 후 바로 잠이 들게 하려는 나의 작은 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동화를 미리 읽어야 했는데 깜빡하고 읽지를 못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아빠가 직접 만든 동화를 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5분 동안 조용히 하면 생각해 보고 이야기 들려줄게.' 했더니 정말 조용해졌다. 어느 날은 5분을 기다리다 잠이 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졸린 눈을 꾹꾹 참으며 버텨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5분 만에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3편 정도는 억지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거나, 아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서 해 주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어제 오랜만에 아이들을 재우는데 아이들이 동화를 들려달라고 한다. 6학년, 4학년, 7살 솔솔솔 들이 동화를 듣기에는 너무 많이 자랐지만 아빠표 동화를 들려 달라고 조른다. 난 너무 오랬만이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핑계를 대고 피하고 싶었지만 삼 남매 합심해서 조르는 탓에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5분 조용히 하는 조건으로 요청을 받아들였다. 둘째는 '소원'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을 했다. 그래서 난 5분 동안 동화작가가 되어 동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3분쯤 지났을 때, 3솔이는 계속 묻는다. "아빠 5분 아직 멀었어?", "아빠 5분 되려면 몇 분 남았어?", "아빠, 진짜 5분 된 것 같은데..." 줄거리가 떠올라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할 띠쯤이면 질문을 해서 자꾸 끊겼다. 난 솔직히 이야기를 했다. "얘들아, 오늘은 아빠가 진짜 자신이 없어. 이야기가 잘 안 만들어지네." 그랬더니 아이들이 괜찮다며 모두들 그냥 해 보라고 응원을 해 준다. 그래서 난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작은 마을에 착하고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농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밭에 나가 열심히 농사를 지었답니다. 그리고 정성껏 기른 채소와 곡식을 시장에 가져가 팔아서 생활했어요.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농부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땅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항아리를 발견했어요.

"어머, 이게 뭐지?"

농부는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꺼내서 깨끗하게 닦았어요. 그리고 집에 가져가서 맑은 물을 가득 담아 두었답니다.

며칠 후, 농부가 항아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항아리에서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신의 소원 세 가지를 말해보세요. 모두 이루어드릴게요!"

농부는 깜짝 놀랐어요. 처음엔 믿을 수 없었지만, 같은 목소리가 또 들려오자 생각해 보았어요.

"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한번 해볼까?"

농부는 평소 혼자 사는 게 외로웠거든요. 그래서 첫 번째 소원을 빌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아주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음 날 아침부터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농부의 집으로 찾아왔거든요.

"여기가 농사를 제일 잘 짓는다는 농부님 집이 맞나요?"

농부는 사람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직접 보여주기도 했어요. 처음엔 정말 즐거웠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같은 질문을 하고, 집은 항상 시끄러워졌어요. 농부는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했어요.

"아, 옛날 조용했던 때가 그립네..."

농부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다른 마을로 떠났어요. 드디어 마음이 편해졌지만, 이번엔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 소원을 빌었어요.

"맛있는 음식을 매일 배불리 먹고 싶어요!"

순식간에 방 안에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어요! 농부는 신나서 이것저것 먹어댔어요.

하지만 음식은 계속해서 나타났고, 먹지 못한 음식들은 썩어서 지독한 냄새를 풍겼어요. 농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산으로 도망치듯 떠났답니다.

산길을 걷다가 한 할아버지 농부가 밭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았어요. 농부는 할아버지께 다가가서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 만약 누군가가 소원 세 가지를 들어준다고 하면 뭘 빌까요?"

할아버지는 잠깐 생각하시더니 빙긋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소원이 뭐가 필요하겠나? 나는 이미 필요한 건 다 가지고 있는데..."

"네? 뭘 가지고 계신다는 말씀이세요?"

"나는 농사를 지어서 시장에 팔고, 어려운 이웃들도 도와주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내 농작물도 잘 사주고, 어디를 가든 반겨주더구나. 이렇게 번 돈으로 먹고 싶은 것도 사 먹을 수 있으니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나?"

농부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그제야 깨달았답니다.

'내가 원하던 건 이미 다 가지고 있었구나!'

농부는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빌었어요.

"첫 번째 소원을 빌기 전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그렇게 농부는 다시 자신의 작은 마을로 돌아가서, 조용한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이 모두 "오~ 재밌다." 하며 박수를 쳐 준다. 뜬금없는 박수에 나도 기분이 좋다. 사실 이야기 뒷부분은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서 이상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었다. 아이들도 이상하다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끝나서 감동한 것 같다.


잠자리에서 아빠에게 듣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남을까?

동화 속에 아빠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잘 전달이 됐을까?


어른이 되면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어떤 삶을 살았나” 돌아보게 되듯,
아이들도 이 작은 동화를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마음 한 조각을 남겼기를 바라본다.

삼 남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작은 교감이 준 큰 기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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